매일신문

[기고] 채식이 지구 온난화의 해결책

축산업이 온실가스의 18%를 배출하고 인류가 사용하는 토지의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기후변화 정책은 에너지 부분에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식단 변화가 지구온난화 대처 비용을 감소시키는 데 산림녹화와 에너지생산 방식의 변화보다도 얼마나 편리하고 효과적인 전략인가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미 독일, 벨기에와 영국에서 진지한 토론을 거쳐 올 2월 네덜란드 환경평가국이 발간한 '식단 변화가 주는 기후상의 이로움'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농지에서 식탁까지 축산업의 전체 과정을 분석하고 기후 변화 안정화 비용을 산정했는데 단지 전 세계가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지구의 평균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 수준보다 2℃ 미만, 즉 2050년까지 온실가스 농도를 450ppm에 안정화시키는 비용의 50%, 40조달러의 절반인 20조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향후 10~15년간 채식을 한다면 2050년에는 기후 목표의 70%는 해결될 것이며 이는 기후 목표를 달성하는 실제 비용을 감소시킨다. 동물성 제품을 일절 사용않는 완전 채식, 즉 비건을 한다면 2050년까지 기후 목표의 80%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주로 식단 변화로 인한 토지 용도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방목지는 지구 표면적의 25%와 전 세계 농지의 70%를 차지하고 곡물 경작지의 34%가 가축사료를 생산하고 있다. 전 세계가 단지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2천700M㏊의 방목지와 100M㏊의 곡물 경작지가 필요없게 되는 등 토지 사용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한다.

이는 탄소 순환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는데 첫째, 삼림 벌채와 토지 황폐화 및 경작을 위한 에너지 소비로 인한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게 될 뿐만 아니라 더 이상 목축과 곡물 사료에 사용되지 않는 토지는 자연 상태로 돌아갈 것이며 그런 이유로 세계 여러 지역이 숲이 되고 탄소를 흡수하는 이중의 효과를 보게 된다. 둘째, 당연하게 소, 양, 염소 등 반추동물도 감소해 메탄과 아산화질소도 동시에 지속적으로 감축 가능하게 된다. 특히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지구 온도를 냉각시키려면 메탄의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메탄은 대기중에서 첫 10년 동안 그 온난화의 대부분을 일으킨다. 배출 이후 첫 10년에 걸쳐 측정했을 때 이산화탄소보다 100배 강한 온실가스가 나온다. 메탄을 고려한 잠재적이고 단기적인 이점의 중요성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식단 변화는 인류를 위협하는 환경 문제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해결책이다. 기후 변화뿐만 아니라 대기 및 수질오염, 토양 침식과 사막화, 생물다양성 파괴와 세계적 물 부족 등 지속 가능성의 위기가 육식을 줄이거나 채식을 함으로써 광범위하게 조절된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뿐만 아니라 북극 해저에서도 메탄가스 방출이 확인되고 있다 한다. 과학자들은 북극 빙하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녹으면서 보호막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것을 원인으로 보고, 메탄가스 방출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는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 정치체제가 과연 이런 추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임계점을 신속히 만들어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이 인류 생존의 관건이다.

에너지 생산방식의 변화와 기술도 좋지만 정부와 시장이 움직이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인류가 워낙 화석연료 체계에 의존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저항도 만만치 않다. 솔직히 정치 지도자들의 과감한 결단과 희생이 없으면 이 일은 불가능하다.

반면에 채식은 시간을 벌면서 개인이 즉각적으로 실천할 수 있고 건강에도 유익하다. 정부 정책도 최소한 건강과 환경을 위해 학교나 관공서에 일주일에 하루 정도 채식의 날을 정하는 등 채식을 권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축산보다는 농업을 장려하는 쪽으로 보조금을 전환하고 휘발유에 세금을 부과하듯 사료용 곡물가를 매우 비싸게 책정하는 것도 방안의 하나이다. 육식을 하는 사람들이 소가 배출하는 가스와 소를 키우기 위한 곡물가를 부담하는 차원에서 돈을 더 많이 낸다면 고기 소비도 줄어들고 궁극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

고용석(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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