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발명이 세상을 바꾼다]개인발명가 이성하씨·김명준군

■100건 넘는 산업재산권 출원 이성하 씨

이성하(50)씨 주변 사람들은 그를 '미스터 거머리'라 부른다. 20년 넘게 발명에 매달려온 그의 인생을 대변해 주는 별명이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이씨는 건설회사에 취직한 뒤 특허에 관심을 가지면서 개인발명가의 길을 걷게 됐다. 끈기와 신념으로 오랫동안 한 우물만 판 그는 지금까지 100건이 넘는 산업재산권을 출원했다.

첫 발명품은 1989년 출원한 '김구이세트'. 지금처럼 구운 김을 판매하지 않고 사각형 모양의 생김을 판매하던 시절, 김을 굽는 것은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그가 발명한 김구이세트는 전기구이판과 참기름을 바르는 롤러'참기름통'소금통이 함께 장착돼 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리고 굽는 것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장치였다.

전국우수발명품전시회에도 여러번 참가했다. 1993년 전국우수발명품전시회에는 통화를 하면서 상대방이 불러주는 전화번호를 입력한 뒤 종이로 출력을 할 수 있는 전화기, 물 나오는 것을 아래'위로 조절할 수 있어 양치질 한 뒤 컵 없이 입을 헹굴 수 있는 수도꼭지 등 4가지 발명품을 출품해 호응도 얻었다.

이씨의 발명품은 대한주택공사 공사시방서에 채택된 철근받침대겸용 납작인서트부터 손을 버리지 않고 위생적으로 김밥'통닭 등을 먹을 수 있는 손가락커버, 고기를 구우면서 익은 고기를 한옆에 따로 보관할 수 있는 고기구이판, 열을 모아주는 프라이팬 보조장치까지 매우 다양하다.

물건 하나도 예사롭지 않게 보는 그에게 발명은 곧 생활이고 생활이 곧 발명이다. 발명품 가운데 생활 속에서 건져 올린 것들이 많은 이유다. "발명은 생활의 지혜에서 비롯됩니다. 주로 생활하면서 아이디어를 찾습니다. 물건을 보면 어떻게 응용할까를 먼저 떠올립니다. 예술인처럼 발명가에게도 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발명품이 늘어나는 만큼 시련도 많았다. 자동적으로 물이 빠지도록 고안된 욕실용슬리퍼를 발명해 1995년 제품까지 생산했다. 하지만 첫 납품업자에게 받은 어음이 부도나는 바람에 돈만 날리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한동안 발명이 쳐다보기도 싫었지만 숙명처럼 발명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다 4년 전 발명에만 전념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벤처보육센터에 입주했다. 이씨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자금과 마케팅은 투자자가 담당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자금력과 마케팅에 한계가 있어 또 실패했다. 대부분의 개인 발명가들처럼 그도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발명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최근 사업 실패 후 침산동에 순대국밥집을 열었지만 발명에 대한 열정은 변함이 없다.

이씨의 꿈은 자신의 발명품을 직접 생산하는 기업인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어렵게 얻은 특허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산업재산권으로 등록되면 매년 등록료를 내야합니다. 등록료를 내지 않으면 등록이 취소됩니다.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특허에 대해 한건당 최대 수십만원의 등록료를 낼 형편이 되지 않습니다. 등록료를 대폭 인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 개인 발명가의 경우 아이디어는 있지만 상품화할 수 있는 능력이 모자랍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구입한 뒤 수익을 창출해주는 특허공사 설립도 필요합니다"고 말했다.

또 "특허는 1% 단점만 있어도 실패할 수 있습니다. 초기 발명품에 허점이 있어도 발명가는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나도 많은 실패를 한 끝에 그 사실을 알았습니다. 발명을 시작할 때는 수익을 생각하지 말고 즐기면서 해야합니다. 그리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급적 공동으로 출원하기 바랍니다"라며 후배 발명가를 위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 출전 김명준군

김명준(12'경북대사대 부설 초등학교 6년)군은 대구를 대표하는 어린이 발명가다. 지난해 대전에서 열린 제30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에 참가, 대구대표 가운데 유일하게 금상(초등부 과학완구 부문)을 차지했다. 올해도 김군은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6월 14일)에 출전한다. 출품작은 '재미있는 지구 공전'절기 학습기'(초등부 학습용품 부문)다. 지구의 공전 모습과 24절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발명품. 김군은 "역사책을 읽다 조상들이 24절기에 맞춰 농사를 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24절기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려고 교과서, 인터넷 등을 참고했지만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4절기를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기기를 발명하게 되었습니다"고 설명했다.

발명품을 만들면서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김군은 대견스럽게 잘 극복했다. 경진대회에서는 작품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구술테스트도 실시한다. 발명자가 원리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김군의 발명품에 사용되는 과학원리는 전문대학 수준. 어린 김군이 원리를 선뜻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김군은 선생님과 함께 밤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발명품과 씨름하며 원리를 깨쳤다.

또 발명품을 만드는 것도 김군에게는 벅찬 일이다. 필요한 부품을 사기 위해 교동시장을 샅샅이 뒤진 적도 있다. 발명에 관심 있는 아이를 둔 학부모들이 발명품 제작을 도와주는 전문기관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유다. 김군은 "선생님과 부모님 등 도움을 주신 주변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좋은 발명품을 많이 만들어 보답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전국대회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합니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