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발명이 세상을 바꾼다]재미있는 발명 이야기

구멍도 필요한 곳에 뚫으면 발명이 된다.

1780년경 귀족들이 모여 살던 파리 중심가에서는 밤낮없이 노름판이 벌어졌다. 도박에 열중한 귀족들은 잠을 설치는 것은 물론 식사까지 예사로 걸렀다. 이를 보다 못한 한 백작의 하인들이 빵과 고기, 야채를 되는 대로 으깨고 버무려 먹기 좋게 뭉쳐 백작의 손에 쥐어 주었다. 여기서 힌트를 얻은 백작은 빵 사이에 고기와 야채를 넣은 음식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 백작의 이름이 바로 '샌드위치'다. 간편하게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기를 끌고 있는 샌드위치의 어원은 발명자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발명품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참 많다. 뉴잉글랜드 샤커 마을 주민에게 빨래는 일종의 신앙행위였다. 그들은 신에 대한 존경심의 표시로 유난히 청결 유지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빨래의 날'을 정해 마을 사람들이 함께 빨래를 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데이비드 파커는 보다 쉽게 빨래를 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동생과 함께 증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세탁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파커 형제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 호텔에 세탁기를 판매했는데 성능이 얼마나 좋았던지 세탁을 담당했던 종업원 14명이 해고당했다고 한다.

구멍 뚫린 주전자 뚜껑은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후쿠이라는 일본 사람이 발명했다. 어느 날 감기 몸살로 앓아 누운 그는 난로에 얹어 놓은 주전자의 뚜껑이 들썩거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방안이 건조하여 물은 끓여야 하고 뚜껑은 덜컹거려 잠은 잘 수 없고….' 생각다 못한 그는 마침 눈에 띈 송곳으로 주전자 뚜껑에 구멍을 냈다. 그러자 소음이 멈추었다. 단잠을 자고 난 그는 주전자를 다시 살펴보았다. 물은 끓고 있었지만 구멍 사이로 수증기가 새어나와 덜컹거리지 않았다. 후쿠이는 간단하지만 실용적인 이 아이디어를 특허출원했다. '발명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구멍 하나라도 꼭 필요한 곳에 잘만 뚫으면 훌륭한 발명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일화다.

남녀를 불문하고 널리 사용되고 있는 오늘날 면도기의 형태는 이발사의 손끝 영감으로 발명됐다. 발명자는 바로 킹 질레트다. 1895년 여름 세일즈맨이었던 질레트는 보스턴으로 출장을 갔다. 업무량이 많아 피곤했던 그는 이튿날 늦잠을 자고 말았다. 기차 시간에 쫓겨 급하게 면도를 하던 그는 얼굴을 베이고 말았다. 당시 면도를 할 때는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사용했기 때문에 상처를 남기는 일이 허다했다. 집에 돌아간 질레트는 베이지 않는 안전한 면도기에 대해 궁리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던 질레트는 이발소에 갔다가 빗에 가위를 대고 머리카락을 자르는 이발사의 손놀림을 보고 아이디어을 얻어 빗 역할을 하는 받침을 붙인 면도기를 개발했다. 면도기의 대명사가 된 질레트 안전면도기가 발명되는 순간이었다.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도 음료수를 흘리지 않고 마실 수 있는 것은 바로 빨대 덕분이다. 대수롭지 않지만 없으면 불편한 것이 빨대다. 현대식 빨대의 기원을 추적해 보면 담배와의 인연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1888년 미국 워싱턴의 한 선술집. 담배공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노동자 마빈 스톤은 여느 때와 같이 한잔 술로 고단한 하루를 달래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위스키와 함께 밀짚이 놓여 있었다. 당시 선술집에서 위스키를 주문하면 빨대 대용의 밀짚이 함께 나왔다. 술잔을 손으로 잡고 마시면 위스키 온도가 올라가 맛이 변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위스키와 밀짚은 이상할 것 없는 자연스러운 조합이었다. 하지만 마빈은 밀짚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했다. 이유는 단 하나. 밀집으로 위스키를 빨아 마시면 밀짚 특유의 냄새까지 스며나와 위스키 맛을 해쳤기 때문이다. '밀짚을 대신할 만한 것이 없을까' 술잔을 앞에 두고 고민하는 스톤은 밀짚 모양이 자신이 늘 만지는 종이담배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 가운데 담배 내용물만 없으면 밀짚 대용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해." 그가 생각을 실천에 옮겨 만든 종이빨대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급기야 빨대 생산 공장이 세워지고 마빈은 노동자에서 한순간 기업주로 변신했다. 행운도 따랐다. 레모네이드라는 새로운 음료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레모네이드와 종이빨대가 한 상품처럼 대유행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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