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대구 성서지구에 아주 괜찮은 맛의 커피집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찾아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 것 같다. 지난 주 금요일 오후에 찾은 카페는 대구 달서구 이곡동 1202의 10 '커피데이'(Coffee Day, 053-591-9920). 이마트 성서점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주인은 서정철(48)씨로 커피경력이 10여년쯤된다. 직장생활을 하던 중 아프리카 케냐에 출장을 갔다가 농장을 견학한 뒤 커피의 매력에 이끌려 커피업계에 발을 디딘 케이스로 대구의 커피 1세대로 봐도 될 만한 사람이다. 2003년 이곳에 매장을 열고 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한 서씨는 "초기 2년 동안은 솔직히 춥고 배고팠던 시절"이라고 회상할 정도로 대구 커피 마니아층이 얇았다. 당시엔 '다방커피'로 불리는 인스턴트커피를 즐겨 마셨고, 지금은 일반화한 원두커피는 쓴맛이 강해 '외국인이 마시는 커피'로 규정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 고조와 함께 설탕과 크림을 섞지 않은 원두커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원두커피를 찾는 층들이 두터워지면서 가게 임대료조차 못줘 전전긍긍하던 커피 전문가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고 생업으로 커피 전문점을 오픈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래도 '커피데이'가 이처럼 대구 성서지역에서 맛있는 커피집으로 소문난 데는 서씨가 직접 볶은 신선한 원두를 갈아 커피를 추출, 마니아들에게 제공해온 덕분이다. 서씨는 개인적으로 신맛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쓴맛이 강한 유럽풍 커피보다는 신맛이 나는 일본풍 커피가 더 부드럽다는 지론에서다. 따라서 신맛을 살리면서 부드러움을 찾는데 맞춰 커피를 로스팅 하는 게 그의 노하우이다. 이 결과 현재 이곳을 찾는 고객 중에는 단골이 70% 이상에 이를 정도다.
커피 전문점에 관심을 갖고 시장조사를 하고 있는 분과 들른 커피데이. 인테리어가 요즘 젊은층들이 좋아하는 심플한 분위기보다는 주부들이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수준으로 꾸며져 있었다. 바 주변으론 커피관련 기구와 커피잔이 디스플레이돼 있고 판매용 원두도 눈에 띄는 곳에 두었다.
이날 주인 서씨는 칠곡점을 지키는 날이라 자리를 비웠지만 커피가 좋아서 커피관련 일을 하고 있다는 30,40대 여성 바리스타 두 명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커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으로 알아봤는지 주문한 케냐AA와 콜럼비아 외에 자신들이 직접 브랜딩한 냉커피를 마셔 보라고 내놓았다. 케냐AA는 빨간색, 콜럼비아는 노란색 잔에 담아 왔다.
19평가량 되는 매장에는 테이블 여섯 개에 의자 20여 개가 가지런히 정돈된 채 놓여 있었는데 주로 30,40대 주부들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하우스브랜드 3천원을 비롯해 에스프레소 2천원, 모카치노'카페라떼'카페모카'화이트모카'카페비엔나'마끼아또 등은 3천500원에 판매한다.
이곳에서는 서씨가 계명대와 산학연구로 개발한 원두커피 티백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바 위에 굵은 글씨로 쓰여진 '커피는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는 글귀가 커피 마니아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기도 하다.
이 건물 7층에서 로스팅을 하면서 커피관련 연구도 지속하고 있는 서씨는 매년 아프리카 커피 생산지로의 여행을 3, 4번씩 가면서 지금은 본격적인 커피 수입'판매를 준비 중이다.
커피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이처럼 커피를 직접 볶아서 추출해주는 '로스터리 커피전문점'이라고 표시해둔 곳을 찾으면 된다. 로스터리 샵은 커피를 직접 볶는 집이다. 커피를 직접 볶아 판매하는, 손님이 보는 앞에서 담아서 포장해주는 곳의 커피가 아무래도 더 신선하고 향이 짙다. 이런 로스터리 샵들이 요즘에는 대구 동서남북 어디에 가도 쉽게 볼 수 있다. 대형 체인점이 아니더라도 수성구 커피브리지'커피선, 동구 에소커피, 달서구 모카덴, 중구 투헤븐'모카덴 등이 대표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이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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