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들여다보기]아침에 주부 겨냥한 막장 드라마

아침 드라마가 강세다. 주부들이 주 시청자인 아침 드라마는 그동안 꾸준히 시청률을 유지해왔지만 최근 더 도드라지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아침 드라마는 오전 7시 50분 MBC '하얀 거짓말'을 시작으로 오전 8시 30분 SBS '녹색마차', 오전 9시 KBS 2TV '장화홍련'으로 이어진다. 아침 집안일을 끝낸 주부들이 채널을 돌려 가며 드라마를 차례로 볼 수 있도록 엇갈리는 시간으로 편성한 것.

그래서 시간이 겹치는 밤 시간대 드라마들은 '대박과 쪽박'으로 나누어 지지만 아침 드라마는 평균 10%의 시청률은 확보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드라마는 MBC 아침 드라마 '하얀 거짓말'. 김해숙 신은경 등이 주연을 맡고 있는 이 드라마는 20%대 시청률을 자랑하며 최근 연장을 결정했다. 내용이 극적 전개를 맞으면서 최근 시청률 1위를 연일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KBS 2TV '장화홍련'은 10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아침 드라마가 드라마 황금시간대인 오후 10시대 드라마를 누르고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수목 드라마의 경우 권상우 김선아 차승원 황정민 김아중 등 최고 톱스타들이 포진하고 있다. 22일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전국 시청률 10위권 안의 아침 드라마는 MBC '하얀 거짓말', KBS 2TV '장화홍련' 두 개나 있지만 수목 드라마는 SBS '시티홀'이 전부다. 권상우 주연의 MBC '신데렐라 맨'은 2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다.

방송 3사의 수목극 침체에 대해 관계자들 역시 적잖은 충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재 수목극에는 톱스타들이 총출연하고 있기에 더욱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아침 드라마의 내용이 불륜 내지 복수 일색이라는 점.

MBC '하얀 거짓말'은 옛 애인의 이복동생과 결혼해 자신을 버렸던 남자에 대한 복수극을 그리고 있다. KBS 2TV '장화홍련'은 병에 걸린 시어머니를 버리고, 절친한 친구에게 살인죄를 씌운 뒤 감옥에 보낸다는 내용이다.

또 SBS '녹색마차'는 연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남자와 결혼한 여자가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닫고 남편에게 복수한다는 설정이다. 각 방송사의 아침 드라마는 모두 치정과 복수, 패륜 등 소위 '막장 드라마'의 코드를 두세 개씩 갖추고 있다.

나날이 자극적인 소재들이 더해져 가는 것이 아침 드라마의 공식처럼 돼 버렸다. 그나마 옛 시절의 그리움을 바탕으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비교적 단아하게 풀어내 왔던 KBS 1TV의 아침드라마 'TV 소설'은 지난 개편에서 '청춘 예찬'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불륜과 복수, 패륜만이 아침 시간대에 판을 치고 있다. 그 막장의 끝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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