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대구시민야구장. 2회 LG 이병규(현 주니치 드래곤스)의 타구는 외야 가운데 펜스를 넘을 듯이 보였다.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의 신인 중견수는 끝까지 타구를 쫓아갔고 펜스에 바로 부딪혀 쓰러지면서도 낚아챈 공을 놓지 않았다. 대구 홈 팬들은 박수를 치며 그가 일어나길 기다렸으나 오른쪽 다리를 움켜쥔 그는 혼자 일어나지 못했다.
경북고 출신 강동우는 데뷔하자마자 3할 타율에 10홈런, 22도루를 기록하며 삼성의 공격 선봉에 섰다. 하지만 그해 플레이오프에서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한 뒤 이듬해를 꼬박 재활로 보냈다. 2002년 부활,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으나 '삼성의 미래'라 불리던 모습을 완벽히 찾진 못했다. 2006년 두산 베어스, 2008년 KIA 타이거즈로 둥지를 옮기며 빛을 잃어갔다.
2009년 5월27일 청주구장에서 삼성은 한화 이글스와 맞섰다. 이날 삼성은 박석민이 2회초 좌중월 솔로 홈런을 쳤으나 한화에 홈런 5개를 내주며 3대8로 패했다. 한화의 공격을 이끈 이는 11년 전 플레이오프에서 부상을 입었고 '비운의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은 채 올 시즌 한화 유니폼을 입은 강동우였다. 한화의 톱타자로 나선 그는 솔로 홈런 2개를 터뜨리며 맹위를 떨쳤다.
올 시즌 타율 0.311, 5홈런, 7도루를 기록하게 된 강동우는 자신의 입지를 굳혀 나가고 있는 모양새. 반면 예전의 강동우처럼 부상 후유증을 겪고 있는 배영수는 이날 삼성 선발 투수로 나서 3이닝(5피안타 3실점)만에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배영수는 1회말 고교 선배인 강동우에게 선두 타자 홈런, 김태완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초반부터 흔들린 끝에 시즌 7패째를 안았다.
배영수는 2006년 팔꿈치 수술 후 이듬해를 거르고 2008년 복귀한 이후 아직까지 제 구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은 제구마저 제대로 되지 않아 초반에 강판되는 수모 속에 5번 연속 패전을 기록하게 됐다. 1회말 강동우를 상대로 볼카운트 1-3에 몰린 뒤 스트라이크를 잡으려다 한방을 맞았고 김태완에게 홈런을 허용할 때도 볼카운트 0-3로 불리했던 상황이었다.
한화 타선은 강동우, 김태완이 홈런을 2개씩 치고 빅터 디아즈가 2점 홈런을 보태는 등 안타 6개와 볼넷 6개를 묶어 8점을 올렸다. 하지만 삼성 타선은 한화 선발 안영명(5와 2/3이닝 4피안타 1실점)의 호투에 막혔다. 삼성은 8회초 이영욱이 내야 안타가 나온 뒤 강봉규의 우익수 키를 넘는 1타점 3루타와 양준혁의 중전 적시타로 모두 2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한편 히어로즈는 잠실에서 두산을 7대2로 눌렀고 KIA는 홈팀 SK를 5대2로 제쳤다. 롯데는 홈에서 LG를 6대5로 격파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27일 야구 전적
삼성 010 000 020 - 3
한화 201 023 00X - 8
▷삼성 투수=배영수(7패) 김상수(4회) 조현근(6회) ▷한화 투수=안영명(3승) 황재규(6회) 구대성(8회) 마정길(8회) 최상덕(8회) ▷홈런=박석민(2회 1점·삼성) 강동우(1회 1점·6회 1점) 김태완(1회 1점·6회 2점) 디아즈(5회 2점·이상 한화)
롯데 6-5 LG(사직)
히어로즈 7-2 두산(잠실)
KIA 5-2 SK(문학)
■28일 선발 투수
삼성 크루세타 - 한화 김혁민(청주)
두산 정재훈 - 히어로즈 장원삼(잠실)
롯데 김일엽 - LG 심수창(사직)
SK 김광현 - KIA 곽정철(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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