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사에서 가장 급진적인 개혁정치가를 꼽으라면 단연 靜菴(정암) 趙光祖(조광조)를 빼놓을 수 없다. 폭군 연산군에 대한 반발로 권좌에 오른 중종의 주변엔 기세등등한 反正功臣(반정공신)들과 세조시절 癸酉靖難(계유정난)을 함께한 세습공신들이 두터운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었다.
반정 후 10년. 중종은 친정을 위한 謁聖文科(알성문과)를 열어 "오늘날같이 어려운 시대를 당해 옛 성현의 理想政治(이상정치)를 다시 실현하기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해야만 할 것인가"라는 요지의 勅題(칙제'왕이 직접 내는 시험문제)를 내린다. 기존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던 진사 조광조는 "세상에 근본이 되는 道(도)와 마음은 오직 하나뿐이며… 그 마음의 도가 곧고 굳은 곳에 설 수 있으면 마침내 정치의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확신에 찬 답안을 제출한다. 국가통치이념인 성리학적 이념을 현실에서 구현하고픈 군주의 속내와 도학정치의 가능성을 설파한 조광조의 신념은 정치적 '아삼륙'이 되는 대신, 도학정치이념과는 거리가 멀었던 공신과 신진세력인 조광조와의 갈등은 커져만 갔다. 16세기 초 조선의 정치상황이다.
우리는 시대를 뛰어넘어 비록 왕조정치와 민주정치의 프레임은 다르지만 구질서를 깨고 참신한 정치판을 재편하고자 좌충우돌했던 정치인 노무현과 도학적 이념으로 똘똘 뭉친 조광조가 오버랩되는 경계와 맞닥뜨리게 된다.
▷세조의 왕위 찬탈에 대한 피해자들의 복권논쟁과 군사정권의 타파를 위한 민주화운동 ▷昭格署(소격서'도교적 제사를 맡아보던 관아) 폐지와 지방분권 및 국가균형발전론 ▷賢良科(현량과'명망 있는 선비들의 천거제도) 신설과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지방인사 대거 등용 등등. 두 사람은 닮은꼴이 많다. 이상을 현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부닥친 시련까지도 비슷하다. 노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안은 탄핵의 대상이 됐고 소격서 폐지론은 己卯士禍(기묘사화)의 빌미가 됐다. 또 둘 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죽음을 맞았다.
정치는 인간이상의 실현의 장이라고 했다. 현실이 아무리 척박해도 머리가 하늘을 향하고 있는 한, 이상은 언제나 비상을 꿈꾼다.
우문기 교정부차장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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