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극 '김치국씨 환장하다'…내달28일까지 예술극장 온

3·8선을 넘어와 갖은 고생 끝에 김밥 집 사장으로 자수성가한 김치국. 지독한 자린고비인 김치국은 아내와 주변사람들을 부려먹으면서도 자신의 재산은 꽁꽁 숨길만큼 돈에 집착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자신이 평생 동안 모은 18억원이라는 큰돈을 적십자사에 기부했다는 대문짝만한 기사를 보게 된다. TV에서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이 토크쇼에 나와 선한 얼굴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도대체 저 놈은 누구이며, 어떻게 된 조화란 말인가.

온누리 극단의 연극 '김치국씨 환장하다'(장소현 작·이국희 연출)가 28일부터 6월28일까지 예술극장 온(중구 동인파출소 건너편) 무대에서 선보인다.

민담 '옹고집 전'을 모티브로 한 연극 '김치국씨…'는 분단 상황 속의 한 이기적 인물이 언론과 정부의 조작에 의해 영웅과 간첩을 오가는 황당한 처지에 놓이는 이야기를 유쾌한 풍자로 풀어낸다. 이국희 연출자는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만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가벼운 터치로 그렸다"고 말했다.

연극은 김치국이 처한 '환장할 만한' 스토리를 해학적으로 그려낸다. 김치국은 갑자기 들이닥친 기자들에 의해 일약 선량한 시민의 표상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수사기관에서는 국민의 영웅 기대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려 한 남파 공작원으로 그를 몰아세운다. 전 재산을 뺏길 처지에 놓인 것만도 억울한데 수사관은 '누구의 지령을 받았느냐'고 닦달한다. 김치국은 누군가 자신을 음해하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수사관의 비웃음만 사게 된다. 언론은 진실을 외면한 채 속보 경쟁에만 열을 올린다. 우여곡절 끝에 자칭 김치국이라는 인물이 체포되지만, 둘은 서로가 진짜라고 우기게 된다. 연극은 의외의 진실을 향해 치닫는다.

공연 시간은 목·금·토요일 오후8시, 일요일 오후6시. 공연 문의 053)424-8347.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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