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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미술] 이승현씨의 키스 해링 作 '춤추는 3명의 인물'

"3년 전부터 미술품을 본격적으로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되팔려고 내놓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한번 사들였다면 최소한 10년은 간직해야죠. 작품에 대한 예의랄까요." 삼성안과 이승현(49·사진) 원장은 그림은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닌 즐길 수 있는 감상의 대상이라고 했다. "신혼 초기에는 달력에 있는 좋은 그림을 오려다가 액자로 만들어서 걸어놓기도 했죠. 미술 사랑은 그렇게 시작하는 겁니다. 처음부터 고가의 작품을 산다는 것은 무리죠. 아무리 좋은 그림이라도 적정한 값을 주고 사려면 안목부터 길러야 합니다."

이 원장은 직접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세계적 경매에 전화로 참여하기도 한다. 웬만한 미술 지식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 "세계적으로 이름난 작가 1만명 정도의 이름과 작품, 가격까지 꿰고 있습니다. 틈만 나면 도록을 들춰보며 공부한 덕분이죠." 서재에서 최근 도착한 크리스티 경매 도록을 펼쳐 보이며 작품과 작가 이름을 줄줄이 읊었다. 그렇게 모은 작품은 40점을 헤아린다. 현관에 들어서면 탐 웨슬만의 철제 조각 '누드'가 눈에 띄고, 로버트 인디애나의 '녹터널 노나곤'이 있는 거실이 나온다. 집 안 곳곳에 공간미를 적절히 살린 작품 배치가 이상적이다. 이름만으로도 주눅이 드는 이우환, 데미안 허스트, 야요이 쿠사마, 제프 쿤스, 요시모토 나라, 무라카미 다카시, 줄리안 오피, 알렉스 카츠 등의 작품도 있다. 잘 꾸며 놓은 현대미술(contemporary art) 갤러리를 떠오르게 했다.

돈이 있다고 무조건 작품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한국 작가 강익중의 '해피 월드'를 사기 위해 작가에게 30여차례 이메일을 보냈고, 한국에 왔을 때 수행비서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정성이 통했는지 작가는 당시 작업을 하지도 않던 '해피 월드'를 제작해 보내주기도 했다.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픈 작품은 키스 해링(Keith Harring·1958~1990)의 '춤추는 3명의 인물'(3 dancing figures). 동성애자였던 해링은 에이즈로 요절하기는 했지만 당시 하류 문화로 천대받던 뉴욕의 '그래피티'를 새로운 회화 양식으로 창조해 낸 인물. "인물들이 어깨동무를 한 채로 춤을 추는 모습이 마치 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 같아 좋아합니다. 스테인레스 조각에 페인팅한 것인데, 전체 10개 에디션 중에서 가장 좋은 평을 받는 작품입니다. 보고 있으면 마냥 즐거워집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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