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시는 길 지켜주고 싶어요" 대구시민추모제

28일 오후 7시 대구 중구 2·28기념 중앙공원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대구시민추모제'에서 시민 2천여명이 고인의 넋을 기렸다.

'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만장을 든 시민들은 추모제가 열리는 중앙무대를 병풍처럼 빙 둘러서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 윤덕홍 장의위원회 부위원장(전 교육부장관)이 추모사를 통해 "민주와 통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노무현의 정신으로 우리의 가슴에 남았다. 하늘에서 우리나라를 굽어 살피시면서 영면하시라"고 기원하자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무대 앞 공터에 자리를 잡지못한 시민들은 수천개의 만장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서 행사에 동참했다.

공원 한쪽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도 조문하는 시민들로 넘쳐났다. 영정 앞에 엎드린 시민들은 어깨를 들썩였고 1시간 넘는 조문 대기를 감내했다. 퇴근 후 급하게 뛰어왔다는 이세훈(31)씨는 "바쁘게 오느라 옷차림새가 죄송스럽다. 밀짚모자를 쓰고 환하게 웃는 대통령을 다시 보고 싶다"며 국화꽃을 영정에 바쳤다. 이진영(26·북구 침산동)씨는 "노 전 대통령 지지자는 아니었지만 인간적인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 주고 싶었다"며 "싸움 없는 좋은 곳에 가셔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후 8시쯤 어둠이 깔리자 시민들은 하나 둘씩 손에 든 초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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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넘게 진행된 추모제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2·28공원을 출발해 통신골목~대구백화점~2·28공원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추모 행진을 했다. 시종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진행돼 공원 주위에 배치된 경찰 1천200여명과의 마찰은 벌어지지 않았다.

일부 추모객들은 밤늦게까지 흩어지지 않고 마임이스트 조성진, 풍물패 '대구', 창작국악합주단 '여음' 등이 펼치는 추모공연과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지켜봤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장성혁 인턴기자 jsh052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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