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7·대구 달서구 두류동)씨는 지난주 국세청 홈페이지에 들렀다 울화통이 터졌다. 이달 초 국세청에서 지난해 한 월간지에 기고했던 원고료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라는 안내문을 받은 직후였다. 하지만 국세청 사이버 세금납부창구인 '홈택스'(hometax)는 회원 가입도 힘들고 신고 양식도 전문용어로 가득해 시간만 허비했다. 김씨는 "워낙 원고료가 적어 인터넷으로 신청하려 했지만 절차가 어려워 제대로 신고를 하지 못했다"며 "MBA 석사까지 마치고 금융계에서 일하고 있는 터라 오기가 생겨 이틀간 끙끙댔지만 결국 포기하고 세무사무소를 찾았다"고 했다.
'홈택스' 시스템에 불편한 점이 너무 많아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세금 신고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국세청 직원조차도 홈택스 시스템 이용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인정했다. 국세청 한 직원은 "친구의 부탁으로 홈택스를 이용하려다 전문 용어와 이용법이 어려워 몇 번 해본 끝에 겨우 소득 신고를 했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국세청은 최근 사업소득이 단돈 1원이라도 있으면 세금을 정산하도록 한 '종합소득세 확정 신고 안내문'을 165만명에게 추가로 발송하는 바람에 '홈택스' 민원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실정이다. 귀속분 종합소득세의 확정신고 대상자는 596만명으로 전년 431만명에 비해 38.3%나 증가했다. 국세청이 근로장려금(EITC)의 지급 대상자를 파악하기 위해 과세미달자에게도 대거 신고 안내를 했기 때문.
회사원 박모(29)씨도 '홈택스'에 접속했다가 이용법을 잘 몰라 1시간가량 헤맨 후 포기했다. 박씨는 "최소한 개개인별로 상황에 따른 신고 방법이 담긴 설명서를 집으로 보내주든지 아니면 안내장을 넣어주든지, 세금 몇 푼 더 걷자고 사람을 이렇게 피곤하게 만들어도 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김모(35·중구 남산동)씨도 "금융인증서가 내장된 컴퓨터로 회원가입을 하려다 홈페이지의 팝업창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불평했다.
인터넷상에도 '홈택스'에 대한 불편을 성토하는 글이 도배돼 있다. 'learning'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세금 내려는데 이렇게 복잡하고 짜증나는 시스템을 활용해야 합니까?"라고 썼고 또 다른 네티즌은 "불편함은 둘째 치고 홈택스가 과연 국가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인지 의심될 정도로 오타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측은 "홈택스 신고 절차마다 방법이 다르면 그때그때 오류 메시지가 뜨기 때문에 한두번 시행착오를 겪으면 이용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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