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성 의료명가' 송선대 제남농촌의료원 원장

'집안에서 종합병원을 세워도 충분하다?'

3대에 걸쳐 의료인만 29명(약사 1명, 간호사 2명 포함)이라면 가능한 얘기일 수 있다.

송선대(69) 제남농촌의료원 원장은 해마다 명절 때면 의료원에서 가족과 가까운 친지를 맞는다. 자녀와 4촌형제 등 50여명이 모이는데 의료인만 절반이 넘는다. 아이들을 제외하고 대다수 의사이다 보니, 이들의 화젯거리는 주로 의료분야다. 의료 관련 정부 정책에 관심이 모일 때면 그야말로 '의료 학술 토론회'를 방불케 한다.

◆농촌의료의 시금석, 제남농촌의료원

올 4월 작고한 송오달(1918년생) 의료법인 제중원 전 이사장은 송선대 원장의 부친이다. 농촌의료 보급의 산파역을 했다. 1939년 평양의학전문학교(평양의전)를 졸업하고 1942년 세브란스 병원에서 외과연수를 한 뒤 1943년 의성에서 제남의원을 설립했다. 제남은 그의 호다. 의성보건소 소장, 의성군 의사회장(21년간) 등을 역임했다. 그는 학교법인 제남학원과 의료법인 제중원을 설립하고, 제남간호학교를 열었다. 의성군 봉양면에 터를 잡고 농촌의료의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다. 현재는 요양시설, 치료시설, 휴양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송 전 이사장은 단순한 지역의료 활동을 넘어서 국내 농촌지역 의료 발전과 국제교류 활동 등으로 의료의 저변 확대와 질적 발전을 꾀했다. 한국농촌의학회를 만들어 농촌의료 보급에 앞장섰다. 일본 장수회(대한노인회 격)와 자매결연(1974년)을 맺었고, 중국 연변결핵방치소와 진료연구협력 협약을 체결했으며, 세계농촌의학 학술대회(1975년)를 개최하기도 했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 농촌의학회, 미국, 캐나다 등 농촌의학계와 국제교류협력 사업을 꾸준히 펴왔다.

송 전 이사장이 창립한 한국농촌의학회는 산골 오지마을까지 간호사가 파견될 수 있도록 한 '보건진료소' 제도를 이끌어내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의료혜택의 파급에 큰 기여를 한 셈이다. 또 농촌 의료인들 간 각종 연구 활동, 외국 농촌의학회와의 교류 등을 통해 국내 농촌의료의 기반을 구축, 전파하는데도 구심점이 됐다. 해방 직전 의료원을 설립한 이후 올해 작고할 때까지 농촌의료의 질적 발전과 지역민을 위한 인술 전파에 온 힘을 쏟았다.

◆의료 4대 29명, '의료 명가'

송선대 원장의 의료가문은 한의사였던 조부를 비롯해 부친과 큰아버지, 삼촌 등 2대, 본인을 비롯한 형제와 사촌 등 3대, 자녀 등 4대로 이어지고 있다. 의료인은 4촌 이내 18명을 포함해 모두 29명이다. 이 중 4명이 작고했고, 2명이 은퇴해 현재 23명이 의료 활동을 벌이고 있다. 23명 중 간호사 2명 외에는 모두 의사이다. 전문분야별로는 예방의학, 내과, 일반외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소아과, 마취과, 임상병리과,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안과, 치과 등을 망라하고 있다. 마치 종합병원을 집안에 옮겨놓은 듯 하다.

송 원장 집안의 특징은 개업의 못지않게 대학 교수가 많다는 점이다. 한의사를 지낸 조부를 비롯한 선대에서 의료인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개업의' 보다는 공직이나 대학에서 의료 활동을 벌이는 것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즉 의료행위 자체가 우선이고, '돈벌이'로서의 의료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송 원장 본인도 경상북도 보건과장을 거쳐 보건사회부, 보건복지부에서 '모자보건관리관' '국립목포·공주·마산병원장' 등 공직생활을 하다 7년 전 부친이 기반을 다진 제남농촌의료원으로 왔다.

4촌 형 송선우씨가 대구 남구보건소장으로 은퇴했고, 부인 김명세씨가 영남대 의대 교수, 동생 송선교씨가 영남대 의대 학장, 매제 최세영씨가 계명대 의대 교수, 4촌 동생 송정흡씨가 경북대 의대 교수, 역시 4촌 동생인 송석영씨 부부가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 4촌 매제 양경득씨가 경북대 의대 교수 등이다. 4촌들이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등 지역대학의 대다수 의대에 포진하고 있는 셈이다.

또 4촌 매제 정명희씨는 대구의료원, 여동생 송선옥씨는 영남대병원, 딸 송수정씨는 서울 삼성의료원, 사위 정광암씨는 서울 우리들병원에 각각 근무하고 있다.

◆의료의 사회화, 인술

송선대 원장을 비롯한 집안 의사들은 대다수 돈벌이로서의 의료행위보다 '인술'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는 송 원장의 부친을 비롯한 선대에서 뿌리내린 정신이다. 특히 송 원장의 부친이 설립한 제남농촌의료원은 그 정신을 잘 잇고 있다. 해방 후 먹고 살기 힘들 때 지역의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로부터는 진료비를 받지 않았다. 지금도 지역의 어려운 노인들은 물론 의성군 봉양면 농공단지에서 일하는 외국인근로자 70여명도 이 의료원을 무상으로 이용하고 있다.

송 원장의 부친이 70년대 일본 장수회와 맺은 자매결연은 그 관계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또 중국 연변결핵방치소와 진료연구협약을 체결해 의료진 상호파견, 결핵 연구 등 교류협력을 갖고 있다. 현재 연변결핵방치소의 의사 1명이 이 의료원에 2년째 파견 와 있으며, 조만간 여기서도 의료진을 연변에 파견할 계획이다.

송 원장은 최근 세계 결핵퇴치를 위한 활동에도 나섰다. 국내 질병관리본부와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난치성 결핵 예방과 치료를 위한 기술 개발, 보급, 교육 등을 위해 (재)국제결핵연구소를 설립했는데, 송 원장은 최근 이 연구소의 초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송 원장은 그동안 국립 결핵전문병원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결핵 퇴치를 위한 연구와 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 송선대 원장은?=송선대(69·의성군 봉양면) 제남농촌의료원 원장은 "아버지는 제가 젊을 때부터 의사가 되길 원했고, 특히 소외된 이들을 보살피는 인술을 베풀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부친의 뜻에 따라 예방의학을 전공한 뒤 경상북도 보건과장부터 국립마산병원장까지 공직을 두루 거쳤다. 현재 부친이 운영하던 의료법인은 물론 사회복지법인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결핵연구소 이사장을 맡아 결핵퇴치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다양한 활동을 위해 예방의학 전문의 자격뿐 아니라 산업의학, 노인의학 자격면허와 사회복지사 1급 자격면허까지 갖추고 있다. 홍조근정훈장(1986년), 세계 1000명 과학자 선정(2000년), 제9회 세계결핵의 날 복십자대상(2001년)을 수상하기도 했다.

집안에 의료인이 많은 것과 관련, "한의사였던 조부를 위시해 큰아버지가 한의사, 아버지가 신경외과 전문의, 삼촌이 약사 등으로 윗대가 모두 의료 방면을 선호했고, 자연히 자녀들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송 원장의 조부에서부터 자녀들까지 포함해 4대 29명이 의료인이기 때문이다.

송 원장은 "집안에서 아픈 사람이 생길 경우 가족이나 친척이 직접 운영하는 의원보다 해당 대학병원을 주로 이용한다"며 "그런데 아픈 일이 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등 지역대학 병원이나 의과대, 대구의료원 등지에 송 원장의 4촌 이내 형제들이 1, 2명씩 포진해 있다. 전문분야도 내·외과를 비롯해 치과, 안과까지 광범위하다.

송 원장은 "의료 집안이라고 해 특별난 것은 없다"며 "다만 윗대의 뜻에 따라 '돈벌이'에만 관심을 쏟는 의료인이 아니라 베풀 수 있는 의료인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집안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도 결핵퇴치 등 의료지식을 바탕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펴겠다"고 말했다. 의성·이희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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