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사원의 비결? 책임과 배려 아니겠습니까?"
직장생활. 사람이 좋으면 생활도 즐겁다. 웃음이 많고 서로 보듬는 분위기의 직장은 그 웃음과 배려만큼 경쟁력도 높지 않을까. 핏줄과 혼인으로 얽힌 관계 다음으로 소중한 것이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일 것이다. 매일 보아도 푸근한 상사와 정겨운 후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상사나 동료도 있을 게다. 출근길이 즐거운 직장도, 마지못해 다니는 직장도 그 즐거움과 힘겨움은 결국 업무의 양과 질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비롯될 수 있다.
요즘 평범한 봉급쟁이들에게 기업을 비롯한 경제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임금과 복지수준의 하락, 인적 구조조정, 심지어 기업의 도산 등등. 빠듯한 생활에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내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얼굴 찡그린 채 출근해 책상이나 작업대만 쳐다보며 하루를 보낸다면 어떤 보람이 있을까. 갈수록 힘든 환경 속에서 더 필요한 것은 서로를 돌아보고 따뜻한 눈길을 보내는 직장 내 인간관계일 터다. 평생직장은 바로 즐겁고 신명나는 생활공간이 조성돼야 가능한 얘기다. 그래서 직장의 꽃으로 '일' 못지않게 '사람'을 꼽기도 한다.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람만큼 소중한 존재가 또 있을까. 문명의 이기가, 자본이 판치는 세상에서도 결국 그 세상은 인간을 위한 세상일 뿐. 기계가, 자본이, 시스템이 인간의 삶을 점점 더 편리하게 할지언정 결코 인간의 삶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일이 있는 직장. 이 직장에는 항상 분위기를 밝게 하며 동료들의 호감을 받는 사원들이 있기 마련이다. 바로 '인기사원'이다. 인기사원이 많을수록 그 직장은 좋은 환경 속에서 일까지 즐겁게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일도 즐겁고 사람도 좋으면 그야말로 꿈의 직장이 될 터.
회사원 정윤진(38)씨는 인기사원에 대해 "자기 일을 남한테 떠넘기지 않는 책임감이 우선 아니겠느냐"며 "다른 사람을 챙겨주고 배려하는 사원,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원이 동료나 선후배로부터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피부과 의원, 어학원, 자동차부품업체 등 3곳에서 각각 직장생활을 하는 '인기 짱' 사원들을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이들 사원들의 공통점은 ▷일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 ▷밝은 웃음과 긍정적 사고 ▷동료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칭찬 ▷따뜻한 분위기의 주도 등이었다. 동료들에게 인기 있는 사원들은 그럴 만했다. 너도나도 인기사원이 돼 활기차고 신명나는 직장생활을 즐기는 꿈을 꿔 보자. 인기사원들의 직장생활을 살짝 들춰본다.
◆세심한 배려와 웃음, 최인혜
최인혜(26) 대리는 주요 고객들의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를 꿰고 있다. 그녀는 '고운미피부과'(대구시 중구 덕산동) 코디네이터다. 최 대리는 일단 피부과를 한두 번 이상 찾은 고객의 목소리와 이름을 대다수 기억한다. 최 대리가 혹 휴가나 다른 용무로 자리를 비울 때면 전화를 건 고객이 "인혜씨는 주민번호도 아는데…"라며 아쉬워한다. 그녀는 기다리다 지친 고객이 불만을 제기할 때 절대로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한 번 알아보겠다"고 한 뒤 실제 상황을 파악하고 양해를 구한다. 몇 번 찾아온 고객에 대해서는 미리 알아서 이름을 불러 친근감을 표시한다. 고객들은 그녀의 친절함과 세심함에 감동한다.
그녀는 또 이전 부서인 원무과 동료 5명과 현 부서인 치료팀 동료 6명의 생일날을 작은 달력에 표시해 두고 있다. 최 대리가 출근할 때 케이크를 들고 오면 동료들이 '아, 오늘은 누구 생일이야?'라고 묻는다. 또 선임이든 후임이든 한 번 같은 부서에 근무한 동료에 대해서는 그들의 사생활과 애로점까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후임이 힘겨워할 때는 친언니 같은 고민 상담사가 되기도 한다. 그녀는 늘 웃는 인상이다. 웃음은 억지웃음이 아니라 몸에 밴 미소다.
비록 입사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최근 직원들끼리 실시한 인기투표에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그녀는 술을 한 잔도 마시지 못한다. 하지만 직원들 회식이나 모임에 절대 빠지지 않는다. 갓 입사한 동료들은 보드랍고 다소곳한 인상 때문에 한 번 놀라고, 모임에서 활달하게 분위기를 잡는 데서 두 번 놀란다. 노래방에서는 고교시절부터 배운 재즈댄스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앳된 외모에서 그녀의 활달한 분위기를 추측하기 힘들지만, 고교시절부터 '오락반장'을 도맡아 할 만큼 '끼'를 품고 있었던 것.
동료 송영주 팀장은 "최 대리는 항상 웃는 낯이고, 동료들을 세심하게 배려한다"며 "술 마시지 않고도 동료들과 너무 잘 어울리는 모습이 예쁘다"고 말했다.
◆가족 같은 관심과 보살핌, 배석구
배석구(40) 차장은 직장에서 큰형님이자, 큰오빠이다. (주)대진볼트공업(고령군 다산면 송곡리) 자재팀장이다. 배 차장은 후배 직원들에 대해 일과 생활 양면에서 잘 다독거린다. 특히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들어준다. 웬만한 직원들의 어려움과 개인사까지 두루 살피고 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이 개인적인 어려움이 닥쳤을 때 오히려 부모형제보다 가장 먼저 배 차장을 찾는 경우도 있다.
후임들에 대해서는 자상한 형님과 오빠이고, 상사에 대해서는 사원들의 불만이나 애로사항을 풀어 줄 수 있도록 하는 매개역할을 잘 수행한다. 불합리한 업무시스템이나 보완할 사항이 있으면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설득력 있게 관리자에게 건의하는 것. 배 차장은 한마디로 직장에서 상하 간 중심을 잡아주는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직원 27명의 소규모 회사에서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매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배 차장은 "그렇게 많지 않은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웃음과 즐거움을 갖고 일해야 업무도 잘 풀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동료 김혜정 주임은 "배 차장님은 일처리가 능란하고 후배들 얘기를 잘 들어주고 도움을 많이 준다"며 "항상 밝고 사교성이 뛰어나 직원들이 잘 따른다"고 말했다.
배 차장은 "회사에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편이어서, 동생처럼 후배들 얘기를 들어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장생활에서 애사심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동료들 간 서로 챙겨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직원들의 애로사항이 간부들에게 전달돼 잘 풀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업무에 대해서는 철저하고, 퇴근 후나 휴일에는 가끔씩 동료들과 당구 게임을 벌이거나 등산을 하면서 직장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남을 치켜세우는 '천사', 김이영
김이영(34) 아이비리그어학원(대구시 수성구 상동) 영어강사는 별명이 '천사'다. 동료 강사 20명 중 맏언니이지만, 항상 자신을 뒤로 숨기고 상대방을 치켜세운다. 김 강사는 직장생활 5년 동안 동료들과 큰 소리로 다툰 적이 한 번도 없다. 수업준비를 위해 저마다 바쁠 때도 보조기구(재료, 소품 등)를 늘 동료들에게 양보한다.
동료 김지연 강사는 "남에 대해 나쁜 얘기를 하지 않고, 항상 남을 우선 배려해 주변에서 '천사'라는 별명을 지어준 것"이라며 "신입 강사들이 들어와 수업준비가 서툴러 허둥대면 자료도 꼼꼼히 챙겨주고, 힘든 일에 괴로워하면 언제나 힘이 되어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과 함께 일의 성과를 냈을 때도 자신은 감추고, 다른 사람의 성과로 돌린다"고 했다.
김이영 강사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얘기보다는 교수부장은 이런 면에서 본받아야 하고, 어느 강사는 이런 면에서 직장 분위기를 밝게 한다며 연방 다른 동료들 칭찬에 입이 말랐다. 김 강사는 그러면서 "유치원생이나 어린이집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니까 아이처럼 항상 맑고 밝은 게 좋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신입 후배들의 적응이나 업무를 조금씩 도와줄 때는 '내가 오지랖이 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고 했다.
후배 강사들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업무경험이나 자료 등도 세심하게 챙기다 보니, 자연스레 동료들이 믿고 따르는 '맏언니'가 됐다. 어떤 동료는 김 강사가 있기 때문에 '일은 힘들어도 회사에 출근할 때 발걸음이 가볍다'고도 했다.
최주석 원장도 "김 강사가 동료들 사이에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어 전반적인 업무처리도 원활해진다"고 말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사진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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