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오늘, 도쿄에서 86세의 퇴역군인이 사망했다. 일본 내각은 즉시 國葬(국장) 거행을 결정했다. 왕족 신분이 아님에도 영광스런 대접을 받은 망자는 해군 제독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였다.
그는 1905년 러일전쟁 때 연합함대 사령관으로 쓰시마섬 앞바다에서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격파했다. 동양 소국이 서양 군대를 물리쳤다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사실 도고는 운이 따랐다. 러시아 해군은 이름만 그럴듯했을 뿐, 함장과 고급 장교들이 부패한데다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오합지졸이었다. 사쓰마번(현 가고시마현) 하급무사로 출발한 그는 만년에 '軍神'(군신)으로 불리며 숭앙받았다. 정치에 무관심한 전형적인 야전군인이어서 1913년 은퇴해 조용하게 여생을 보냈다.
영국의 신문기자가 쓰시마 해전을 높이 치켜세우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를 영국의 넬슨 제독에 견줄 수는 있으나 조선의 이순신 장군에 견주는 것은 불가하다. 내가 그 휘하에 있었으면 하사관도 못 되었을 것이다." 겸손이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얘기다. 박병선 사회1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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