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성군 초교생 허은정 양 납치·살해 1년…영구미제 가능성

▲ 허은정양이 살던 집은 잡초가 우거진 폐가가 됐고 방앞에 폴리스라인이 끊어진 채 붙어있다.
▲ 허은정양이 살던 집은 잡초가 우거진 폐가가 됐고 방앞에 폴리스라인이 끊어진 채 붙어있다.

초교생 허은정(당시 11세)양 납치·살해사건이 30일로 1주년을 맞았다. 사건발생 후 경찰은 1만2천명의 경찰력을 동원했으며 수배전단지 2만5천부를 전국에 배포하고 1천만원의 신고포상금까지 내걸었다. 그러나 용의자의 윤곽조차 찾지 못한 채 수사가 미궁을 헤매고 있다. 최근에는 사건에 대한 제보마저 끊겨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폐허로 변한 집=허양 납치·살해사건 발생 1년을 하루 앞둔 29일 찾은 달성군 유가면 허양의 집은 폐가로 변해 있었다. 허양 자매와 할아버지가 이 곳에서 5년 동안 함께 살았으나 허양은 납치·살해됐고 유일한 목격자인 할아버지는 지병인 폐질환으로 사건 발생 84일 만에 숨졌다. 혼자 남겨진 여동생은 어머니가 데려갔다. 그러나 마을 전체가 테크노폴리스 사업지구로 포함된 탓에 조만간 이 집도 철거될 운명이다.

◆사건 발생 및 수사 과정=지난해 5월 30일 오전 4시 10분쯤 허양은 자신의 집에서 자고 있던 중 옆방에서 괴한 2명이 침입, 할아버지(72)를 폭행하자 이를 말리다 강제로 끌려갔다. 경찰은 사건 5일 만에 공개수사에 나섰으나 허양은 납치된 뒤 14일 후 집에서 2㎞ 떨어진 유가면 용봉리 비슬산 자락인 용박골 8부 능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허양은 알몸상태로 몸통과 머리가 분리돼 있었고 부패 정도가 심한 상태였다. 주변에는 속옷 등 옷가지가 흩어져 있었으며 시신의 부패상태로 미뤄 범인들이 허양을 납치한 후 곧바로 살해하고 이곳에 사체를 유기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은 사건발생 초기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고 현장 목격자인 할아버지의 진술에 의존한 수사를 폈다. 사건발생 2주 만에 허양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자 인근 우범자·동일수법 전과자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그러나 기대를 걸었던 허양의 사체와 주변에서 수거한 물증에 대한 DNA 조사 등을 실시했으나 심한 부패 등으로 인해 결정적인 수사단서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더구나 유일한 목격자인 할아버지마저 용의자에 대해 침묵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다가 두 달여 만에 숨져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모두 놓쳐버렸다.

경찰 관계자는 "할아버지의 진술을 얻기 위해 밤낮으로 간병인을 들이고 형사들이 병시중까지 거들었으나 끝내 입을 여는 데 실패했다"고 허탈해 했다. 이후 허양 사건에 대한 제보가 가끔 있었지만 1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용의자조차 특정하지 못한 상태다. 경찰이 사건 초기에 면식범의 소행으로 예단한데다 시신이 너무 늦게 발견되는 바람에 DNA 등 결정적 증거확보 확보에 못해 사건해결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포기는 없다=경찰은 아직까지 범인을 쫓고 있다. 달성서는 당시 용의선상에 오른 20여명에 대해 전담 형사를 지정, 동향 파악 및 탐문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홍재호 달성경찰서장은 "허양 시신을 인근 야산에 버린 점 등 여러 정황을 보면 주변 면식범의 범행 가능성이 크다"며 "피해자 주변 인물 및 CCTV 녹화자료 등 수사기록을 재검토해 원점에서 수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글·사진 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