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서울시청 앞에 때아닌 개나리가 다시 폈다. 개나리들은 울면서 노래를 부르고 움직이기까지 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路祭)가 열린 시청 앞 서울광장에 운집한 인사들은 노란색 모자를 쓰고, 노란색 풍선을 흔들었다. 목과 팔에는 노란색 리본을 묶었고, 가슴에 단 근조 리본도 노란색이었다. 시청 부근 프레스센터와 프라자호텔 정상에서 본 노제 추모인파는 흡사 개나리 꽃밭이었다.
노제에 참석한 인파는 경찰추산만 16만명이었다. 하지만 추모 인파는 서울광장도 모자라 시청을 경계로 사방으로 뻗은 남대문·퇴계·을지로까지 빼곡히 들어찼다. 최소한 경찰 주장의 두 배 이상은 돼 보였다. 노사모와 행사 관계자들은 이날 추모인파를 50만명 이상으로 추정했다.
0···서울광장에서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오후 1시쯤 노 전 대통령과 만날 수 있었다. 이 때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당시 광고에서 부른 '상록수'가 가수 양희은씨의 노래로 광장에 울려 퍼졌다. 노래를 따라 부르던 일부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혔고 운구 차량을 지켜보기 위해 까치발로 차량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안타까워했다. 대구에서 올라온 K(34)씨는 "생전 노 전 대통령을 욕하기만 했다.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0···서울광장 인근이 송곳 세울 자리도 없이 추모인파로 넘치자 폴리스 라인도 무너졌다. 고인의 운구차가 노제 장소인 서울광장 특설무대로 입장한 오후 1시쯤 오열하며 달려드는 추모객들 때문에 폴리스 라인이 순식간에 무너진 것.
영결식이 열린 경복궁에서 운구 차량을 따라 서울광장을 찾은 추모객들은 서울광장이 벌써 인파로 가득 차자 광화문 네거리 근처 전광판에 중계되는 대형 TV 화면을 통해 노제 장면을 지켜보기도 했다.
0···노제에선 문화계 인사들이 고인들의 넋을 달랬다. 안숙선 명창이 추모창을 했고, 도종환, 김진경, 장시아 시인들이 나서 추모시와 유서를 낭독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즐겨 부르던 가요 '사랑으로'가 울려 퍼질 때 도종환 시인이 나서 "사랑으로 하나 되는, 바보들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고 부르짖었다. 이를 지켜보던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 딸 정연씨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0···운구차가 시신 화장을 위해 수원을 떠난 뒤 경찰은 오후 3시쯤 서울광장 주변 도로를 정상화했다. 대부분의 추모객은 해산했지만 일부 시민과 노사모 회원들은 경복궁 앞 도로를 점거하고 정권퇴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을 실은 차량 두 대와 마이크를 준비 해 놓고 "노무현을 살려내라" "독재정권을 타도하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 한 인간을 부도덕의 벼랑 끝으로 밀어 넣은 일부 세력은 지금도 호가호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29일 경복궁 앞뜰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56분쯤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식장에 도착,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국무총리의 안내를 받아 귀빈석 맨 앞줄 가운데에 앉았다.
김영삼, 김대중 등 전직 대통령 및 주요 요인들과 목례를 나눈 이 대통령은 착석하자마자 눈을 감고 고개 숙여 묵념을 했다. 잠시 뒤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을 태운 영구차가 영결식장으로 입장하자 다른 요인들과 함께 일어나 시신을 맞았다.
이 대통령이 유족에 이어 영정 앞에 헌화할 때 잠시 소동이 벌어졌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정치적인 보복이다. 사과하라"며 고함을 지르면서 영정 쪽으로 나아가려다 경호원들에 의해 제지당했고 참석자 일부도 함께 야유를 보냈다. 이상헌·서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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