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 생각] '1만시간의 법칙'

대학졸업 25년 만에 함께 공부했던 동기들이 다시 모이는 행사를 가졌다. 전국 각지는 물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연락이 가능한 동기들은 거의 다 모였다. 겉모습이 너무 많이 변해 있어 처음엔 은사님인가 싶어서 공손히 절을 했던 동기도 있었다. 마주 대하고 얘기를 하다 보니 그때의 얼굴이 서서히 떠오르는 것 같았다. 동기들 얼굴을 대하면서 거울을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친구도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변함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벌써 세월의 흔적은 온몸 가득한 것이다.

어떤 소설가는 '결국, 우리 인생이란 수많은 우연이, 필연이라는 이름으로 길을 내어 가며 나아간 흔적'이라고 했다. 그 흔적들이 모두 훌륭했다.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서 공부시키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 열심히 진료하여 그동안의 공로로 지역사회의 유지로 자랑스런 시민상을 수상한 친구, 우연히 여행한 제주도의 자연에 반해서 연고지 하나 없는 제주의 산간 마을로 온 가족이 이주하여 살며 매일매일 꿈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던 친구, 모두들 각자의 생활에 나름대로 만족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았던 만남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봉사에 독보적인 동기들도 있었다. 멀리 우간다에서 20년 가까이 에이즈 치료로 의료 선교를 하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며 선교병원을 지으려 계획하는 친구, 북한 개성공단 내 개성병원에서 북한 주민을 위해 일하고 있는 박애주의자, 예멘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 안과의사 친구, 개인의 성취를 넘어 큰 뜻을 품고 세계무대에서 봉사하는 훌륭한 친구들…. 학창시절에는 모두가 장난기 많고 순진한 학생들이었는데 25년이라는 세월은 그 열정을 발전시켜 훌륭한 작품을 연출하게 했다.

선물 받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막내에게 사준 책 속에 이런 대목이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에게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어떤 분야든 숙달되기 위해서는 하루 3시간씩 10년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의 성공비결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훈련을 통해 창의적인 골프를 하는 데 필요한 기초를 쌓았던 것이다. 기초가 있어야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수준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은 공짜가 아니라고 했다. 천재라도 소용없다고. 자신의 노력이 뒤따라야만 한다는 것이다. 인생을 살다가 쿵!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퍼뜩 실수하는 것을 깨닫는 순간을 '트리핑 포인트'(Tripping Point)라고 말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실패해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실패를 중요한 깨달음의 계기로 삼는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나의 간절한 꿈을 위해 '1만 시간의 법칙'을 적용해보자. 자그마한 실패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엉덩방아 쿵! 찧으면 퍼뜩 일어나 달려 나가보자. 25년 후 내가 만들 흔적들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보면서….

정명희(민족사관고 2학년 송민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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