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임택씨 '옮겨진 산수 유람기'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임택의 작품은 재미있다. 동양화의 전통인 산수풍경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구성해 냈다. '옮겨진 산수 유람기' 연작에서 작가는 산수화의 양식을 일종의 놀이 형태로 허물어버린다. 실제 산의 모습에 근거해 스티로폼으로 산 모양을 만든 뒤 하얀 색 한지로 덮어버린다. 높낮이만 있을 뿐 아무런 배경도, 채색도 없는 민둥산 위에 그는 강, 바다, 하늘, 구름, 해, 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인공물과 사람 형상을 추가한다. 작업이 끝난 설치물을 촬영한 뒤 그래픽 작업을 더해서 디지털 프린팅을 한다.

그 결과물로 뜬금없는 작품이 튀어나오게 된다. 하늘에 해와 달이 함께 있고, 나뭇가지에 위태롭게 매달린 사람은 환하게 웃고 있으며, 아프리카 초원처럼 나무 그늘 아래 사슴이 뛰어논다. 민둥산 한 기슭에 커다란 암자가 자리 잡기도 하고, 솜으로 만든 듯한 자욱한 안개 속에서 사람들은 이리저리 제 갈 길을 찾아 방황하고 있다. 그 정교함에 새삼 놀랄 지경이다. 작가가 디지털 프린팅한 동양화 속에서 이야기를 담은 상상의 세계와 현실을 투영하는 거울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분도에서 7월 4일까지 열린다. 053)426-5615.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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