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파국 막는 북핵문제의 해법

美와 긴밀협력'中도 나서게 해야…남북의 강경노선 상승작용 경계

북한은 계속 강경정책을 쓰고 있다. 자신의 핵 능력과 미사일 능력을 과시한다.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후 2009년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했다. 그리고 지난 4월에 이어 다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찰나다. 세계의 눈은 지금 평양 근교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주목하고 있다. 거기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로켓 개발 능력은 어디까지 왔는가? 북한은 우라늄 광석 채굴과 정련, 가공, 원자로 운용 및 재처리 등을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이른바 자주적인 '핵연료 주기'를 완성하였다. 이를 통해 플루토늄 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 장거리 로켓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북한은 앞으로 핵무기를 소형화하고 미사일의 성능을 개발하여 핵무기의 미사일 탑재능력을 기르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핵 보유국이 되는 것이다.

비난을 무릅쓰면서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려는 까닭은 무엇인가? 물론 군사적인 것이다. 전통적 무기체계의 열세를 대량살상무기로 만회하여 전쟁 억지력을 갖추려고 하는 '비대칭적 힘의 균형'을 이루고자 함이다. 그리고 체제 결속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그리고 간절히 바라는 것은 핵 보유국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미국과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고 싶은 것이다. 그 자리에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협상을 하려고 희망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받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계기로 서방세계와 관계를 정상화하고 경제적 지원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된다는 것은 모든 주변 국가들에게 악몽이다. 그 가운데 가장 답답한 것은 우리다. 북한의 안중에 남한은 없는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가 진행되는 동안 놀랍게도 북한은 지하 핵실험을 했다. 정파를 넘어 그것에 대한 비판이 있어도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미국도 북한을 다룰 수단과 방법이 마땅찮아 갑갑하다. 국무장관, 국방장관이 입을 모아 그냥 두지 않겠다고 하지만 정작 북한의 핵을 포기시킬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북한의 핵 전략을 변화시킬 지렛대를 찾기 어렵다. 그렇다고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제안보와 핵무기 비확산 체제 전체가 일거에 무너지기 때문이다.

일본과 러시아도 북한에 대한 국제적 공조에 참여하여 대북 강경 입장을 밝히고 있다.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북한을 제재하려는 유엔의 입장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 일본의 경우 미국처럼 애가 탈 정도는 아니다.

중국은 조금 다르다. 무엇보다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가 핵무기를 가지게 된다는 것 자체가 좋을 리 없다.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면 한국, 일본, 대만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잇달아 핵무기를 가지겠다고 할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으로서는 이런 군비경쟁과 핵무기 확산이 달가울 리 없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지도력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이 북한 핵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중국은 북한을 움직일 지렛대가 있다. 북한은 중국에 가장 많이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저지해야 할 절박성도 크고 능력도 크다.

가장 답답한 처지에 있는 우리가 할 일은 우선 국제 공조다.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도 중국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이 좀 더 이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관계가 필요 이상으로 나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강경노선이 남한의 강경노선을 불러오는 것은 불가피할지 모른다. 그러나 강경노선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한반도의 상황이 파국으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런 상황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 참여, 미국의 핵우산 강화, 핵 주권론 등이 대응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모양인데 과연 그것이 실효성 있는 정책인지 따져볼 일이다. 그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에 대해 더 강경하고 더 배제적인 정책을 취할 빌미만 제공하고 실제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방책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노선 투쟁이 아니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이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관리 능력이다. 당면한 갈등의 해법을 찾는 노력이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이 흐름을 되돌려놓으려면 어떻게 해서든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

김태일(영남대학교 정치행정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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