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니온저축은행 김건우 이사 "지역금융 황폐화 초래"

"금융당국은 금리를 내릴 수 있는데까지 내리는 방법으로 경제를 활성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돈이 은행 금고속에서 빠져 나와 생산과 소비의 현장으로 움직여나가라는 뜻이죠. 그런데 최근 대구지역으로 진출한 한 역외 저축은행은 수신고를 올리기 위해 금리를 크게 높여놨습니다. 이렇게 되면 토종 서민금융회사들도 금리를 따라올려야 합니다. 이런식으로 지역 금융이 왜곡돼가면 결국 고금리 자금을 써야 하는 서민들과 중소기업만 어려워집니다."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대구의 우량 저축은행인 유니온저축은행 김건우 이사는 발끈했다.

"최근 대구에 지점을 낸 역외업체는 정기예금 금리가 연 5.2%(복리 기준)에 이릅니다. 콜금리가 2%대, 1금융권 정기예금 금리가 3% 수준인데다 대구경북 본사 저축은행들이 연 4.69% 안팎의 이자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 역외업체는 너무 금리를 올려버렸습니다. 아무리 금리가 자율이라지만 너무 높은 금리는 결국 대출이자 상승을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때는 몰라도 지금처럼 가계와 기업들의 돈줄이 막혀있을 때에는 금리상승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는 전국적으로 지명도 있는 상장 저축은행인 한국저축은행이 4.59%의 이자율로 예금을 받는 상황에서 최근 대구에서 벌어진 역외 저축은행의 고금리 영업은 '대구경북 자금 싹쓸이 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역외 저축은행의 대구 입성은 결국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심화시켜 지역 금융의 황폐화를 부를 것입니다. 여기서 돈을 조달해 다른 곳에서 대출영업을 한다는 뜻입니다. 금융감독당국이 지방의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알 수 없다면 대구시·경북도 등 지방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수도권 본사 백화점, 대형소매점들이 지역 자금을 빨아들이는 모습을 지난 10여년간 목격했는데 이제 서민금융부문에서마저 자금 유출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서민들과 영세 중소기업들은 이제 어디에 가서 자금을 융통할 수 있겠습니까?"

김 이사는 저축은행의 설립 취지는 해당 지역 중소기업과 서민들을 위한 금융 창구라고 했다. 그런데 일부 역외 저축은행이 부실 저축은행 인수를 기회로 기존 영업구역 이외 지역 영업망을 획득, 전국화하고 있다는 것.

"일부 저축은행이 전국화·대형화되면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 역내 서민 금융회사들의 존립이 위협받게 됩니다. 가뜩이나 지역 경제가 힘든데 서민금융마저 역외에 종속된다면 우리 지역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집니다."

김 이사는 금융은 물론, 유통·건설·제조 등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어느 한 축이라도 붕괴되어 간다면 대구경북 경제권이라는 개념이 결국 없어지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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