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빵 장사 7년째지만 요즘처럼 힘들기는 처음이야."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인근에서 7년간 국화빵 장사를 해온 구경자(69) 할머니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장사를 하지만 하루 3만원 벌기가 빠듯하다"며 한숨을 토했다. 1일 오전 11시 30분 할머니의 국화빵 불판에는 온기가 없었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한창 빵을 구워내야 할 시간이지만 손님이 없으니 구울 일도 없다. 2시간 전 구워놓은 국화빵 10여개가 식은 채 놓여 있을 뿐이다.
◆노점상 할머니의 고통=할머니는 7년 전부터 병원 직원들과 환자, 행인 등을 상대로 노점을 해왔지만 요즘처럼 어려운 때가 없다고 했다. 부쩍 오른 재료비 때문이다. 지난해 3천500원이었던 3㎏짜리 밀가루 가격은 올해 4천500원으로 1년 새 1천원이나 올랐다. 팥 5㎏짜리도 같은 기간 6천원에서 7천원으로 뛰었다. 3천500원이던 식용유 한 병(1.5ℓ)도 5천60원으로 급등했다. 한번 사면 일주일 동안 쓸 수 있는 10㎏짜리 LPG 가스도 지난해 1만2천원에서 1만5천원으로 올랐다. 그나마 얼마 전까지 1만8천원이나 했지만 최근에 내린 가격이라고 했다.
재료비가 크게 올라 할머니는 봉지에 담는 국화빵 개수를 줄였다. 그랬더니 손님이 뜸해졌다. 고통의 악순환인 셈이다. 할머니는 "지난해만 해도 1천원에 국화빵 10개를 줬는데 요즘에는 재료비가 올라 8개 주기도 힘들다"며 "양이 줄어들었다며 사지 않고 그냥 가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오르는 물가에 서민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인상을 억제해왔던 전기, 가스요금이 이르면 이달 중 인상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위축될 것 같다. 정부는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의 요금 인상 요청에 따라 인상 시기와 폭을 검토하고 있다. 통계청의 5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7% 상승했다. 이 중 석유류 17.4%, 농산물 10.3%, 축산물 8.5%, 서비스 2.3%, 집세 1.7%, 공업제품 1.4% 등이 올랐지만 체감 물가는 훨씬 더 높다.
◆오르지 않은 게 없다=남구 대명동의 한 시장에서 분식 자판을 하고 있는 김모(52)씨 부부는 최근 1년 7개월 동안 해온 장사를 접을지 고민 중이다. 순대, 튀김, 떡볶이, 어묵, 김밥 등을 팔고 있지만 재료비가 비싸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고육지책으로 떡볶이 1인분의 양을 조금 줄였더니 주문량이 뚝 떨어졌다. 어묵이나, 김밥, 튀김류는 개수를 줄이거나 가격을 올리면 매상과 직결되는 탓에 손댈 엄두를 못 낸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열심히 돈을 벌어 개인 식당을 차리겠다는 것은 헛된 꿈일 수밖에 없다. 물건을 대주는 사촌 동생을 볼 낯도 없다. 하루가 다르게 재료 값이 뛰는데도 형이라는 이유로 동생이 가격을 높이지 않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탓이다.
김씨는 "김밥 한 줄에 들어가는 단무지, 김, 시금치, 어묵 중 값이 오르지 않은 게 없다"며 "김밥 한 줄 말아봤자 천원을 받고 팔아도 이문은 채 200원도 되지 않는다"고 허탈해했다.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의 좌절감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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