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공산서 다양한 예술 향기 체험을

#1. 지난달 27일 오전 10시쯤 대구 동구 용진동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연봉상 작가의 도예 작업실. '꼬끼오'닭 울음소리가 마냥 즐겁다. 흙을 쌓아 올려 임산부 배처럼 불룩하게 만든 흙 가마 앞에서 너나 없이 눈이 휘둥그레진다. 가마 옆 도예 작업실 네모난 탁자 위에도 관람객들이 빙 둘러앉았다. 나무젓가락을 깎아 만든 나무끌로 초벌하기 직전인 사기에 글씨와 그림을 새겨 넣느라 여념이 없다.

#2. 같은 날 낮 12시 30분쯤 동화사 비로암. 대접에 수북이 담긴 밥 한 그릇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난생 처음 먹어본다며 연방 젓가락을 뽕잎절임이 담긴 종지로 가져갔다. 반찬이라곤 마늘 장아찌, 김치, 두부조림, 뽕잎절임이 전부인 소박한 밥상이었지만 절에서 먹는 점심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동화사 스님들과 같은 시간에 같은 곳에서 공양을 한다는 게 신기하다.

앞으로는 시민들이 팔공산의 향기를 한층 가까이서 느낄 수 있게 됐다. 대구 녹색소비자연대는 이날 오전 팔공산 체험문화프로그램 운영센터 개소식을 하고 전 대구문인협회장 문무학 시인, 경북대 건축학부 이정호 교수, 정해용 대구시의원, 시민단체 활동가 등 30여명을 초청해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팔공산 체험문화프로그램은 팔공산의 거대한 자연을 다양한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흩어져 있는 팔공산의 문화·역사적 자산을 엮어 투어 코스를 개발하는 것. 이달부터 본격 시동을 거는 이번 프로그램은 팔공산 고건축 탐방, 옛길 찾기, 팔공산 올레 등 매주 다양한 정기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을 찾아간다. 특히 팔공산에 거주하는 60여명의 예술가들이 개인 작업실 문을 개방할 예정이어서 다양한 예술 장르를 체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녹소연 안재홍 사무국장은 "팔공산 체험 프로그램은 정기 프로그램 외에도 팔공산 예술가들의 예술 아카데미, 팔공산 명상캠프 등 수시 프로그램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형문화재 송문창 옹의 공산농요시창과 문무학 시인의 축시 낭독→연봉상 도예가의 작업장 체험→이정호 교수의 동화사 고건축탐방→ 동화사 비로암 점심공양으로 막을 내린 이날 일정에서 참석자들은 이번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이정호 교수는 "팔공산에 숨어 있는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발굴해 시민들에게 소개한다면 팔공산이 문화 웰빙공간으로 시민들의 생활 속에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무학 시인은 "팔공산에는 전국 어느 곳보다 예술인들이 많이 살고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팔공산의 문화적 역사적 자산과 함께 시민들을 위해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팔공산 체험문화 프로그램 참여를 원하는 시민들은 녹소연 홈페이지(www.dgcn.org)를 이용하면 된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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