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운전할 때 속도 예측이나 주의 전환 능력, 인지 능력 등이 현저히 저하된다고 한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표준 시력이 청장년층에 비해 20% 정도 낮다는 것은 운전할 때 그만큼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일부 연구자들은 더 비관적이다. 교통사고 측면에서 분석해 보니 '고령 운전자의 경계연령은 50세'란다. 대부분의 50대 운전자들이 펄쩍 뛸 얘기지만 일단 50세를 넘어서면 운전할 때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같은 연령대라 해도 개개인에 따라 신체와 인지 능력에서 엄연히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통계만 따지자면 마음 놓을 상황이 아닌 것 같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2007년 교통사고 통계분석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모두 7천131건이었다. 이 중 발생 건수와 사망자 수가 전년에 비해 각각 16.7%, 14.0% 증가했다.
한국이 이미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상황에서 앞으로 고령 운전자 수의 급격한 증가는 예견된 일이다. 현재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수는 약 88만 명 수준. 2020년에는 240만 명으로 증가해 전체 운전자 중 고령자 비율이 약 35%에 이를 전망이다. 운전자 셋 중 하나는 노인인 셈이다. 장롱 면허라면 문제가 없지만 나이가 들면 대중교통 이용하기도 그리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령 운전자의 편의와 안전을 위한 대책이 요구되는 것이다.
일본이 이달부터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갱신할 때 기억력'판단력 등 인지 능력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치매로 인한 판단력 저하가 원인으로 보이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어서다. 일본은 고령 운전이 사회문제화하자 몇 해 전부터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제'를 시행해 왔지만 실효를 보지 못했다. 그러자 면허 취득과 갱신에 까다로운 절차를 도입해 규제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65세 이상 고령자의 면허 갱신 주기를 5년으로 줄이거나 적성검사'건강검사 등을 받게 해 강화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고령 운전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개인의 운전 능력에 맡겨 놓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고령 운전이 문제가 될 소지는 충분하다. 노령이라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고령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대책은 있어야 한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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