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구본색…"1등 선수 출신이 1등 감독은 아니죠"

야구본색/마해영 지음/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펴냄

야구는 한국의 대표적 국민 스포츠다. 그러나 관중은 대체로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게임'을 볼 뿐 보이지 않는 '그 안의 게임'을 잘 모른다. 이 책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2008년 은퇴할 때까지 거의 30년 동안 야구 방망이와 글러브를 끼고 살았던 강타자 마해영이 이야기하는 '한국 야구'다.

마해영은 '1등 선수 출신이 1등 감독은 아니다'고 말한다. 1등 선수 출신 감독들이 있지만 감독으로서 그들의 성적은 그다지 훌륭한 편은 아니라는 말도 덧붙인다. 성적을 떠나 선수들을 기죽이는 일도 많다고 한다. 항상 영웅이기만 했던 그들은 자신보다 못 하는 선수들에게 '야, 그것도 못해?' '아니, 그렇게 쉬운 게 너는 왜 안 되냐?'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해버린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상대팀 선수들 간에 사인을 교환하는 문제'가 논란이 됐다. 자기 팀 선수들끼리 주고받는 사인을 상대팀 선수에게 알려줘 상대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게 했다는 것이다.

마해영은 이것을 두고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실제로도 있다. 같은 학교 동문이나 가까운 선후배가 '나 오늘 못 치면 2군 내려간다. 도와 줘'라고 도움을 청하면 십중팔구 사인을 알려줄 수밖에 없다" 는 것이다. 프로야구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경기이고 작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패가 갈릴 수 있는 상황에서 사인을 알려주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거의 승패가 확정된 다음, 잘 아는 선배나 후배의 개인적인 기록을 좀 챙겨봐 주는 정도라는 것이다.

포수가 상대팀 타자에게 사인을 알려주면 투수는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그래서 투수는 늘 피해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마해영은 "상대팀 포수도 사인을 알려주는 일이 있기 때문에 결국은 같은 입장"이라고 했다. 또 노련한 투수들은 포수가 사인을 알려준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역으로 찔러 오히려 승리를 챙긴다.

투수가 공을 낮게 던져 그라운드에 바운드되면 타자는 반드시 공의 교체를 요구한다. 여기에는 고도의 심리전이 깔려 있다. 타자는 흙이 묻어 지저분한 공보다 눈에 잘 띄는 공을 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또 방금 심판의 손에서 투수에게 전달된 공은 미끄러워 투수의 실투를 유발할 가능성도 크다.

'야구 공의 역학적인 탄성'도 공을 갖고 다투는 중요한 이유다. 야구 공이나 골프 공은 배트와 골프 클럽으로 한 번 칠 때마다 공의 탄성이 줄어든다. 그래서 몇 번 사용한 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비거리가 상당히 줄어든다. 타자들이 새 공을 요구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야구란 무엇인가, 지은이의 야구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야구인, 야구와 관련한 지은이의 추억, 은퇴 후 칼럼니스트로 활약 중인 지은이가 한국 야구를 위해 내놓는 제언 등이다.

마해영은 1995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스, LG 트윈스를 거치며 타격왕, 한국 시리즈 MVP, 최다 안타 1위, 골든 글러브 지명타자부문 역대 최다득표, 한일 슈퍼게임 출전 등 한국 프로야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그도 나이를 속일 수 없었고, 인정하기 싫었지만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오랜 고민과 방황 끝에 은퇴하고 해설자로, 또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다. 200쪽, 1만2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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