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남교의 일본어 源流 산책 22] 마츠리(祭)의 유래

사람들은 일본을 '마츠리(祭) 천국'이라고도 한다. 1년 내내 일본의 어느 곳에선가는 마츠리가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마츠리'는 규모의 대소를 불문하고 지역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고, 삶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런 생활의 즐거움들을 한데 모아 인생의 큰 행복으로 엮어내려는 일본인들의 삶의 자세에서 오는 '마츠리'.

나태해지기 쉬운 단조로운 나날에 변화를 주며, 또 삶에 활력을 불어 넣고 마을의 단결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절대로 필요한 '마츠리'의 어원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고대에는 정치와 제사가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백성을 다스린다고 하는 것은, 신에게 기원하여 농사가 풍년이 되게 하고 굶주리지 않게 하고, 또 병이 빨리 완치되도록 기원하는 일 등으로, 이는 정치를 하는 사람, 즉 천황의 가장 큰 역할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정(政)의 한자의 의미는 '제=마츠리'를 내포하고 있으며, 제와 정을 함께 쓸 때에는 반드시 제를 먼저 써서 '제정일치'(祭政一致)라고 하여 정보다도 제를 더 중시한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마츠리의 기원은 원래는 신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하나의 '제사 의식'이었는데, 이것이 점차 변질되어 사람들끼리 즐기는 축제가 된 것이다.

후한서(後漢書) '동이전'을 보면, 만주일대를 지배하던 부여(夫餘)족은 매년 11월경이면 각 부족들이 모두 한곳에 모여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술을 마시며 노래하는 '영고'(迎鼓)라는 습속이 있었다고 한다. '영'은 한국어로 '맞다'이고, '고'는 '북'이란 말인데 일본어로는 '츠츠미'로, 일본 고대어인 만요가나에는 북을 '투투미'(トゥトゥミ)라고 기록하고 있다. '두드리다'는 일본말로는 '다다꾸'(たたく)라고 하는데, 이도 '두드리기→두드기→다다꾸'로 변해진 것이며, 이 '두드리다'의 '두드리'가 변해서 '투투미'가 된 것이다. '영고'라는 한자를 우리말로 하면 '맞두드리다'가 되는데, 이것이 '맞두드리→맞두리→마츠리'로 변형된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마츠리에 북은 필수품이다.

또 하나, 우리의 '맞이, 맞으리'가 변해서 된 제례형 마츠리가 있는데, 이는 축제와는 달리 신사에서 행하는 제례의식의 '마츠리'다. 옛날 시골에서 정월 대보름이면 쥐불을 켜들고 달뜨는 동산에 올라 경건한 마음으로 맞이하던 '달맞이'와, 시골 색시의 수줍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봄맞이' 같은 풍습은 우리의 오래된 미풍양속이다.

이러한 경건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맞이'는 일본으로 가서 축제의 '마츠리'가 아닌 신사의 '마츠리', 즉 제사의 '마츠리'로 이어져 오늘날 일본의 신사에서 이뤄지는 엄숙한 제례 의식이 된 것이다.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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