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만성 골수성 백혈병 앓는 어진호씨

"골수기증자 찾았지만 수술비 없어 막막"

▲ 어진호씨는 갑작스레 찾아온 백혈병 때문에 혹여 두 딸의 미래를 힘들게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 어진호씨는 갑작스레 찾아온 백혈병 때문에 혹여 두 딸의 미래를 힘들게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맞는 골수까지 찾았는데 수술비가 없어 답답할 뿐입니다."

어진호(37·대구시 북구 칠성동)씨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앓고 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만성기와 가속기, 급성기로 분류되는데 어씨는 그 중에서도 병세가 위중한 '급성기'에 있다. 하루빨리 골수를 이식받지 않으면 그에게 허락된 시간은 고작 3~6개월뿐이다. 그나마도 병이 악화되기 전에 빨리 이식이 이뤄져야 성공 확률이 높은데 수술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처지다.

어씨가 처음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은 올 2월쯤. 처음에는 감기몸살인 줄 알고 약만 먹다가 잇몸이 허옇게 변하고 잇몸 출혈까지 시작돼 이상한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 병원에서는 결핵을 의심했었다. 폐에 물이 차는 증세가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번에 걸친 검사 끝에 내려진 진단은 '백혈병'이었다. 백혈구 수치가 정상 범주의 10배를 넘어섰다고 했다.

어씨는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고 했다. 1년에 감기 한 번 앓는 것이 고작일 정도로 몸이 건강했던 그였다. 부인 곽은희(35)씨 역시 어안이 벙벙했다. 인터넷을 찾고 또 찾아봤지만 남편의 증세는 의심할 여지 없이 백혈병 증상과 똑같았다. 곽씨는 "술·담배조차 하지 않고 성실하기만 했던 남편이 백혈병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몇 달에 걸쳐 항암치료를 받느라 어씨의 몸은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다. 몸무게는 10㎏ 이상 줄었고, 머리카락은 듬성듬성 빠져버렸다. 건강할 때는 마룻바닥 시공하는 일을 해 한 달에 130만원가량을 벌었다. 풍족하지 않은 삶이었지만 성실하게만 산다면 두 딸을 곱게 키워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꿈을 꿨다.

하지만 병마에 그의 소박한 꿈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제 6세 된 딸 주은이는 "우리 아빠 아닌 것 같다. 머리도 다 빠진 데다 시커멓게 변해버린 아빠 얼굴이 겁난다"며 자꾸 아빠를 피해 도망다닌다. 3세 영은이는 "아빠머리는 까까머리"라고 놀려댄다. 부인 곽씨는 "지난 9월 시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신 데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일거리가 거의 끊긴 상황이었다"며 "그때부터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이 병을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며 말을 흐렸다.

그나마 다행으로 어씨는 골수은행을 통해 맞는 골수기증자를 찾았다. 현재 2차 검사까지 마친 결과 '일치한다'는 답을 받았다. 하지만 이식 비용을 마련하는 난관에 부딪혀 부부는 또다시 넋을 놓고 말았다. 검사에 드는 각종 비용과 골수기증자의 수술비까지 1천만원에 육박한다는 것. 아무리 여기저기 도움을 청해 봐도 각종 지원은 환자 본인에게만 해당될 뿐 골수기증자에게 쓰이는 비용까지 지원해주는 곳은 찾기 힘들었다. 어씨는 "백혈병 발병 후로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겨우 생계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손을 벌릴 데도 없어 암담하다"고 했다.

요즘 어씨는 약기운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경구항암제를 먹으면서 암이 더 이상 커지는 것을 막고 있지만 부작용으로 얼굴은 퉁퉁 부어 올랐다. 뼈 통증이 심해 하루에 진통제를 6~8알씩 먹어야 겨우 하루가 지나간다. 곽씨는 "아직까지는 잘 버텨주고 있어 다행이지만 언제 상태가 갑자기 나빠질지 몰라 하루도 마음 놓고 살 수가 없다"고 했다.

어씨는 "두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렇게 몹쓸병에 걸려 미안한 마음만 가득하다"며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지켜줄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싶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 대구은행 (주)매일신문사'입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