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깊은 불황…범죄에 빠지는 서민들

#몇 년 전 가정불화로 집을 나온 A(32·여)씨는 그동안 인형 눈을 붙이는 가내 수공업 일을 하며 겨우 끼니를 때웠다. 하지만 벌이가 시원찮아 다른 일을 찾았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다. 그러다 A씨는 2월 달서구 진천동 한 대형소매점에서 직원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식료품을 훔쳤다. A씨는 이후 12차례나 달서구와 남구의 대형소매점을 돌며 식료품과 주방용품을 훔치다 11일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실직한 B(46)씨는 3월 27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대구교대 뒤편 담벼락에 설치된 헌옷 수거함에서 집게를 이용해 헌옷 40㎏(시가 2만6천원 상당)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6차례에 걸쳐 동네 헌옷 수거함을 뒤져 모두 400㎏(시가 26만원 상당)의 헌옷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실직 후 일정한 직업이 없어 훔친 헌옷을 고물상에 팔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극심한 불황이 서민들을 생계형 범죄자로 내몰고 있다. 실직 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강·절도범으로 변하거나 빚을 갚기 위해 납치범이 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강·절도 검거건수는 2천24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천545건보다 44.9%(695건)나 급증했다. 이중 범죄를 처음 저지른 초범은 올해 1~4월이 71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72명보다 6.4%(43명) 늘었으며 직업이 없는 무직자 수도 645명에서 768명으로 19%(123명)나 증가하는 등 지난해부터 계속된 불경기와 실업자 증가로 인해 '생계형 범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수성구 범물동에서 등굣길 초등학생을 납치해 부모에게 금품을 요구하다 경찰에 검거된 J(37)씨도 경찰조사 결과, 카드빚과 주위에서 빌린 돈 등 2천700여만원을 갚기 위해 어린이 유괴를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검도 올 들어 생계형 범죄자가 늘면서 1~4월까지 생계형 범죄자 381명에게 벌금 감액과 기소유예 등으로 처분기준을 완화했다. 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올 들어 4개월 동안 모두 2천311명의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게 벌금 분납을 허가해 생계유지에 문제가 없도록 배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8배 늘어난 수치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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