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줄로 읽는 한권] 패밀리 미국을 누비다

"캄캄한 초원에 불빛이라고는 달빛과 별빛이 전부였다. 어떻게 보면 무서울 법도 한데, 우리 가족은 아랑곳하지 않고 텐트 옆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얘기꽃을 피우며 초원의 밤하늘을 즐겼다. 별빛이 더없이 정초했다. 미주리에서 본 밤하늘의 별도 맑고 크지만, 그보다도 몇 배나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가족 앞에서조차 좀처럼 노래하는 것을 싫어하는 아들 녀석이 멋지게 팝송을 한 곡 뽑았다."-초원에 누워- 중에서

『패밀리 미국을 누비다』 장원용 글/ 스토리 나무 펴냄/ 287쪽/ 1만2천원

"수만 년의 침묵을 이고 에베레스트는 따가운 햇살 아래 서 있다. 지칠 줄 모르고 이어져 온 모든 도전과 성공, 그리고 참혹했으나 아름다운 실패를 지켜봤을 저 산은 오늘도 말이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 산을 오르기 위해 누군가 짐을 꾸리고 있으리라. 나는 그들이 꾸었을 꿈의 깊이를 모른다. 단지 내가 아는 것은 인간을 전진케 하는 힘은 격렬한 희망이라는 사실."-칼리파타르 정상에서 에베레스트를 마주하다- 중에서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4』 김남희 글·사진/ 미래M&B 펴냄/ 336쪽/ 1만3천800원

대구MBC의 간판 앵커인 장원용 기자가 책을 낸다고 했을 때, 늘 진지한 그가 낼 책은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 했었다. 그리고 막상 책이 나왔을 때 표지의 재기발랄함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더구나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과 가족에 대한 자상함이 담겨 있는 내용은 다시금 그를 새롭게 보게 만들었다. 가족이 함께하는 자동차 미국 여행은 쉽게 생각되지만 사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 연수를 다녀온 지인들은 미국에서 외국인의 가족여행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말해주었고 딱히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미국 여행은 늘 관심 밖에 있었다. "함께 나누고 경험했던 것들을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기록으로 남겨주고 싶었다"는 그의 집필 의도는 겸손한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켜가는 한 남자의 생각의 깊이는 단지 여행이 아니더라도 삶의 또 다른 버팀목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인 김남희가 쓴 4번째 책은 네팔 트레킹에 대한 책이다. 이미 그녀는 국토 종주와 스페인 산티아고, 그리고 중국·라오스·미얀마 걷기 여행을 통해 3권의 여행기를 낸 강한 여자다. 흔히 여행기는 두 종류로 나뉜다. 그 하나는 여행안내서로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여행의 의미와 생각들을 정리한 것으로 소위 기행기나 순례기로 불리기도 한다.

저자의 이번 책은 많은 여행자들이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루기 위해 찾아가는 네팔, 특히 히말라야라는 점에서 순례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여행이 마냥 진지하지만은 않다. 그녀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여행의 풍부한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여행의 참맛을 알려주고 있다. 햇살 가득한 설산을 보며 걸었던 안나푸르나의 기억이 갈증처럼 떠나고 싶은 욕망을 일깨운다.

전태흥(여행 작가·㈜미래티엔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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