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한국경제의 미래

경제성장이 아직 추세 수준으로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한국경제가 경제위기를 조만간에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퍼지고 있다. 올해 초에만 해도 비관론이 지배적이었던데 비하면 상황이 호전되고 있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1997년 말에 우리가 경험한 외환위기에 비하면 이번 세계금융위기의 충격은 그렇게 크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10여년 전에는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으로 실직자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이로 인해 사회전반에 커다란 위기감과 함께 큰 파장을 불러왔다. 반면 이번의 금융위기는 스케일은 세계적이지만 우리경제에 미친 충격으로 보면 1997년 외환위기에 비하여 미미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금융위기는 우리 경제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는 근본적인 과제를 노출시키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경제가 더 이상 가계부문의 적자와 재정적자를 지속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드러났다. 한 나라의 적자는 다른 어느 나라의 흑자를 의미한다. 미국의 가계'재정 적자로 중국, 일본, 한국 등이 무역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무역흑자가 이들 3개국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중요한 시사점은 이번의 금융위기는 이러한 일방적인 불균형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이러한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경제는 어디에서 성장의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번 금융위기가 최근까지 세계경제를 지탱해온 발전모델의 한계를 노정시킨 사건으로 본다면 향후 세계경제의 향방은, 그리고 우리경제의 미래는 글로벌 불균형의 시정 과정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불균형의 시정은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질 것이다. 금융위기가 미국에서 촉발되었지만 당장에 미국의 달러를 대체한 다른 기축통화가 등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취약점이 드러난 상황에서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는 점진적으로 낮아질 것이다. 유로나 위안화가 당장 달러를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달러 이 외의 여러 통화들의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금융부문보다 더 어려운 과제는 실물부문에 있어서 글로벌 공급 과잉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는 과제이다. 6월 1일 GM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는데 좁게 보면 GM 문제는 GM 자체의 경영부실 문제이지만 넓게 보면 세계자동차산업의 공급과잉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실물경제의 회복이 더디면 국제경제에 있어서 보호무역주의가 지지를 얻을 개연성이 높아진다. 이런 때를 대비해 국제경제질서에 있어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은 동북아 역내 경제통합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다. 한국'중국'일본 3국을 중심으로, 그리고 ASEAN을 추가하는 경제통합의 강화는 미국경제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미 중국은 미국과 유럽 및 일본 등의 다국적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중국은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서 보다 상위로 올라가려 할 것이고 그런 역할을 하는 중국기업은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한국기업과는 경쟁관계이면서도 새로운 파트너일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정부 간 협력을 통해 상생의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내적으로는 제조업 중심 수출 중심의 발전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 이 과제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 제조업, 수출 중심의 발전전략을 수정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내수 중심인 서비스 부문의 비중을 확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장기간에 걸친 산업구조조정 과정을 거쳐야 가능하게 된다. 규제개혁, 개방확대 등을 통해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경제 전체에서의 비중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하여야 한다. 또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서비스 부문은 확대의 여지가 많다. 의료를 포함한 사회복지 서비스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 부문은 시장기능에만 맡기기보다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초기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세계경제의 회복이 가시화된다고 하더라도 세계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 동안의 국제적인 공동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과정은 상당기간 동안 지속될 것이다. 이는 곧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위기 이후의 세계경제는, 그리고 한국경제는 이전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의 기대치를 실현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아울러 이전보다 훨씬 더 불확실성이 높은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야 할 것이다.

서중해(KDI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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