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직후였던 1998년 어느 날 한 시사잡지가 전남 목포시를 특집으로 다뤘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고, 유달산이 있고, 가요 '목포의 눈물'로 잘 알려진 항구 목포. 그 시사잡지는 그곳을 '30년 소외받아 풍요로운 땅'이라고 묘사했다. 경상도 정권 시절 개발에서 소외돼 오히려 자연 풍광이 수려하고, 人心(인심)이 넉넉하고, 먹을거리가 풍부한 땅. 그래서 개발 여지가 무궁무진한 땅이라고 했다.
10년 세월이 흐른 지금 목포는 그때 그 시절과 많이 다르다. 桑田碧海(상전벽해). 목포 인근 무안에 도청이 들어섰고, 국제공항이 건설됐고, 앞과 옆 바다 수많은 섬들은 連陸橋(연륙교)로 연결돼 '서남해안 시대'의 核(핵)으로 부상했다. 여수 해양엑스포가 끝나고 나면 목포의 모습도 덩달아 日新(일신)할 게다.
목포가 又日新(우일신)하는 동안 대구경북은 개발이 중단됐다. 김영삼 정권이 집권한 1993년 이후 15년 세월이었다. 한반도의 도로를 위성촬영해 보면 경북 북부 지역이 뻥 뚫렸다. 서해안고속도로가 생기고, 남해안고속도로를 새로 닦는 동안 동해안은 고속도로는커녕 울진~포항 구간 7번국도 확장하는 데 20년 세월을 투자하고 있다. 대구는 다른 곳 볼 것 없이 철로변만 봐도 낙후를 目睹(목도)할 수 있다. 노후한 건물, 빛바랜 염색공단, 특색 없는 아파트와 유독 눈에 많이 띄는 목욕탕'여관 건물들….
대구경북은 그러나 15년 동안 징징대지 않았다. 20년 도로공사로 불편해도 으레 그러려니 하고 참았다. 참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 사람들이다. '타 지역의 발전상과 비교하면 불쌍해서 눈물이 날 지경'인 대구경북(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지만 남을 打撲(타박)하지 않았다.
苦盡甘來(고진감래)일까? 7번 국도 건설이 활기를 띠자 울진군민들은 "정권이 바뀌니 달라졌다"고 반긴다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국비 지원이 늘었다고 희색이다. 참 素朴(소박)한 사람들이다.
대구가 16년째 지역내총생산(GRDP) 꼴찌라는 말은 이제 넌더리나서 되뇌기조차 싫다. 대구시에 대한 국비 지원이 늘었다지만 이제야 광주시 수준이다. 250만 인구를 가진 도시이면서 140만 인구를 가진 광주에 특혜를 주는 정권도 끝났는데 특별교부세와 국비가 비슷한 수준이 됐다고 기뻐하니 참 착한 대구시다. 포항~울산 고속도로 예산을 '형님 예산'이라 공격받자 덩달아 위축돼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느라 조심하는 경북도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공격받는 '형님' 이상득 의원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려 나서는 대구경북 의원 하나 없어, 이 의원이 직접 방어해야 하는 현실은 어떤 측면에서는 안타깝다.
그렇다고 절망을 얘기하자는 게 아니다. 골목 재생에 나선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중구의 아름다운 골목골목을 보면 개발되지 않은 대구가 고맙다"고 한다. 역사와 문화의 寶庫(보고)인 중구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화와 인간미가 흐르는 도심으로 재창조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경북 북부는 소외받아 친환경 생태 마을로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여지가 있다.
동해안고속도로가 완공되고 동해남부선으로 삼척~포항이 이어지면 동해안 관광이 인기를 끌 게다. 서해안은 많이 다녀봤지만 수려한 자연경관을 가진 동해안 일주를 해본 사람은 드물어서다.
낙동강 살리기 프로젝트와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 3대 문화권 개발, 달성 테크노폴리스 건설 등 큼직큼직한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대구경북 경제에도 생기가 돌 게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대구경북지식경제자유구역(DGFEZ)은 꿈이고, 대구경북교육특구는 새 희망이 될 게다.
대구가 올인하고 있는 첨단복합의료단지 유치가 혹여 잘못될지언정 挫折(좌절)할 필요가 없다. 제2의 의료단지를 만드는데 국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대구경북 스스로 만들면 그만이다.
걱정은 대구경북에 대한 타지역의 猜忌(시기)다. 없이 살던 흥부네 곳간에 모처럼 쌀이 들어오려 하니 잘사는 농부가 시샘하는 꼴이다. '형님 예산' 논란이 그렇고, 낙동강 살리기를 大運河(대운하)라고 계속 각을 세우는 세력이 바로 그 놀부다.
소외받은 과거를 고마워하는 소박한 대구경북 사람들이 새로 만들어 가는 꿈에 재를 뿌리지 말라. 대구경북도 꿈꾸고 희망을 노래할 권리가 있다. 자격도 있다.
최재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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