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택 산책로따라 대구 옛 숨결 고스란히

대구 중구 약전골목에서 약업상을 운영하고 있는 김일섭(72)씨는 요즘 장사일을 잠깐 접어두고 산책을 자주 나간다. 얼마 전부터 이 일대에 좋은 산책코스가 생겼기 때문이다. 김씨는 "점심을 먹고 인근 이상화 고택길을 따라 걸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며 "최근에는 고택과 어울리게 골목길도 근대적 분위기로 바뀌었고 바닥재까지 교체돼 한층 걷기에 좋다"고 말했다.

대구 도심이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대구 중구청이 2007년부터 중구 계산동, 동산동과 중심상업거리인 동성로 일대에 문화적인 얘깃거리에 맞춰 조형물 설치, 조경, 거리 디자인 개선 등 '도심재생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은 민족저항시인 이상화 선생,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서상돈 선생, 화가 이인성 선생 등의 자취와 함께 계산성당, 3·1만세운동길 등 역사문화자산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공간으로 지난 2년여간 국비 6억8천만원 등 모두 13억4천여만원이 투입됐다. 3·1만세운동길 입구에는 3·1운동을 기념하는 조형물을 설치됐고 서상돈 고택 부근의 도로는 근대 골목길의 정취가 풍길 수 있도록 뽕나무도 자라고 있다.

특히 대구의 심장인 동성로 일대의 전봇대가 뽑혀나가고 성터를 복원하는 등 공공디자인 개선 사업을 통해 복잡하고 팍팍하기만 했던 동성로 일대가 걷고 싶은 거리로 변신하고 있다.

최근 정부까지 나서 중구청의 도심재생 프로젝트에 대해 전폭 지원을 약속해 사업이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중구청은 3일 문화체육관광부의 도심재생 우수사례로 꼽혀 문화부에서 근대문화골목, 동성로 공공디자인개선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갖고 유인촌 문화부 장관의 지원 약속을 받아냈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유인촌 장관이 방천시장 예술프로젝트와 순종황제 어가길 관광 자원화사업 등 앞으로 중구청이 해 나갈 도심재창조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꾸준한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며 "대구 도심은 전국에서도 예전 형태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거대한 문화자산인 만큼 개발·보존사업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1천여개가 넘는 골목골목마다 숨어 있는 옛 이야기를 끄집어내 관광자원화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북성로와 북성3길, 수창1길 도로변, 경상감영공원, 달성공원 일대를 중심으로 순종 황제의 어가길을 복원하고 대구역사박물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공공디자인개선사업추진위원장 이정호 경북대 교수(건축학과)는 "1920년대 이상화 선생 생존 당시를 기준으로, 대구 중심의 역사와 문화 스토리를 되살려 도심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며 "대구 도심은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관광상품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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