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를 다루는 언론 태도가 달라져 보인다. 박 전 대표만 대놓고 비판하는 기사들이 부쩍 잦아진 것이다. 비판의 칼날도 에두르는 법이 적다. 아파할 곳을 향하여 곧장 돌진하는 식이다. 권력게임의 패배자로 바라보던 시선이, 힘센 권력자로 바꿔 대하는 인상이다.
최근 언론에 등장한 '여의도 대통령' '경상도의 DJ', 시중에 나도는 '영남 대통령'이라는 조어는 그러한 인식의 함축이다. 이 말들은 미래뿐 아니라 현재 권력구도에서 갖는 박 전 대표의 위상을 야릇하게 비틀고 있다. 이러한 상황 돌출이 친박 측은 아주 곤혹스러운 모양이다. 거친 조어들이 갖는 부정적 프레임에 갇혀버릴까 하는 두려움 같다. 갈 길이 먼 데 때 이른 견제구들이 날아들면 앞날을 그르칠 수 있다는 조바심일 것이다.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자신을 과시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作爲(작위)의 정치이고, 또 하나는 그 반대인 不作爲(부작위) 정치다. 부작위 정치는 중대하고 긴급한 현안에서 발을 빼는 不在(부재)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것이다. 이 정권이 코너에 몰려도 냉담한 박 전 대표가 이 경우다. 선거에서 죽을 쑤고 시급한 정책들이 발을 굴러도 요지부동이다. 박 전 대표 측은 주류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나서지 않는다고 해명하는 모양이다. 괜한 소리다. 무엇 때문에 뒤로 나앉아 왜 화를 풀지 않는지 알 만한 국민은 다 안다.
아직도 경선 앙금으로 뒤엉킨 살풍경은 정말 못 봐주겠다. 지금껏 지켜보자면 이명박 대통령 쪽에 문제가 많다. 아무리 같은 편이 날리는 펀치가 더 아팠더라도 BBK 감정 같은 것은 진작에 털었어야 했다. 묵은 감정을 부둥켜안고 있는 것은 소인배들 짓이다. 대선에 함께 뛴 걸 생각해서라도 속 좁게 놀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총선에서 공천 보복을 하고 정권의 동반자 약속을 헌신짝 취급하면서 협조하지 않는다고 원망하는 것은 앞뒤가 뒤틀린 얘기다.
박 전 대표 고집도 더 이상 지혜로워 보이지 않는다. 그도 이제는 큰 틀에서 생각을 고쳐먹어야 한다. 무엇보다 둘 다 똑같다는 비판을 눈여겨봐야 한다. 밟으려는 친이 쪽이나, 이 정부와 등지는 친박이나 오십보백보로 보는 눈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양비론은 권력욕, 파벌 정치, 포용력 부족, 이미지 정치, 민생 무관심 같은 어두운 그림자를 그에게 드리우고 있다. 오랜 대립 정치로 덮어쓰는 흙탕물인 것이다.
둘의 싸움에 염증을 느낄 역풍도 따져봐야 한다. 영남 출신끼리의 모진 싸움은 타 지역으로 하여금 시선을 거두게 하고 딴 곳을 물색하게 만들지 모른다. 모르긴 해도 이러한 상황을 즐기는 제3세력 또한 한둘 아닐 거다. 좀 더 박 터지게 엉겨붙기를 바라는 잠재적 차기 경쟁자들도 하나일 것이다. 犬兎之爭(견토지쟁) 상황이 안 오리란 법도 없는 것이다.
YS는 3당 합당, DJ는 JP 연합, 노무현은 정몽준 제휴 효과로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박 전 대표에게 열성 지지율 20%, 60명 안팎 계파 의원은 분명 큰 자산이다. 현재로서는 차기 예상 주자 중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힘이다. 그렇지만 멀었다. 향후 대선가도에 어떤 소용돌이가 칠지 알 수 없다. 그도 전략적 조력이 필요한 날이 올 것이다. 이 정부와 맞서서 기회를 맞을 것이냐, 그 반대로 돌아서 앞날을 도모할 것이냐를 지금쯤 판단해야 하는 이유다.
이 정권 들어 국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하는 게 화합이다. 국민 화합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나라다. 지리멸렬한 지난 1년 3개월이 말해주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은 한나라당 집안 사정을 더 모양 같잖게 부각시키고 있다. 대통령은 입만 화합이다. 안팎의 화합 주문에는 집안 단합이 먼저라는 식이다. 자기들 안에서까지 대통령을 오만과 독선이라 몰아세우는 판이다. 대통령의 변화는 틀린 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가 통 크게 나설 때다. 먼저 손 내미는 결단이 그것이다. 우선은 화합을 바라는 국민에 부응하는 모습이다. 명분상으로 자신보다 국민을 보는 정치다. 그 다음 위기에 처한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라도 하면 앞으로 할 말이 있어도 크게 있을 것이다. 10년 만에 잡은 보수정권의 실패가 그 역시 좋을 리 만무하다. 둘 다 똑같다고 들끓을 때는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당장은 손해 같아도 나중에 얻는 경우가 많은 게 세상사다.
金 成 奎(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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