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경제위원장을 맡은 래리 서머스는 유명한 천재다. 스물여덟에 하버드대 사상 최연소 테뉴어(정년 보장) 교수가 됐고, 마흔네 살인 1999년에는 클린턴 정부의 재무장관에 취임했다. 하버드로 돌아가 2001년부터 총장을 지낸 그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수학'과학 능력이 떨어진다"는 한 마디 때문에 총장 자리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그의 뒤를 이은 드루 길핀 파우스트가 하버드대 371년 역사상 첫 여성 총장이라 더 화제를 모았다.
서머스의 말은 과연 객관성 없는 여성 비하일까. 생물학적인 뇌 기능 측면에서는 남녀 사이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는 데 이설이 많지 않다. 이를 근거로 여성은 언어 능력이, 남성은 공간적'수학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논리가 공감을 얻어왔다. 하지만 후천적 요소들이 그 차이를 좁히거나 더 넓힐 수 있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와 흥미를 끈다.
지난 1일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진은 남녀 간 수학 능력 차이는 性(성)적 불평등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수학 성적이 탁월한 여성이 남성보다 적은 이유는 남녀 평등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여학생에게 똑같은 격려와 기회를 준다면 남학생만큼 수학을 잘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2006년 10월 '사이언스'지에 실린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연구팀의 논문과 궤를 같이한다. 논문에서는 여성의 수학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성은 선천적으로 수학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만 들어도 수학 성적이 나빠졌지만, 선천적 차이가 없다고 믿으면 성적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우리도 깊이 뿌리 내린 '여학생은 언어, 남학생은 수학'이라는 고정관념을 점검해 볼 때가 됐다. 어려서부터 수학'과학이 남성에게 더 적합하다고 주입시켜 여성들의 재능을 고사시킨 건 아니냐는 반성도 필요하다. 수능시험에서 자연계열 과목인 수리 가형 응시생 가운데 여학생이 30%에 불과한 현실은 우리 학교 교육의 현실을 대변한다.
감성의 시대로 불리는 21세기에는 수학'과학 분야에 여성의 섬세하고 창의적인 능력을 얼마나 투입할 수 있느냐에 따라 국가 경쟁력도 달라진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재경 사회1부 차장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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