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기행]대구 동구 중대동 북카페 '파이데이아'

차 마시며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지다

대구 팔공산 쪽에 아주 특별한 카페가 있다. 지난주 기자가 찾은 곳은 인문'사회과학 저서를 위주로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는 대구 동구 중대동 38의 17 북카페 '파이데이아'(paideia.or.kr, 053-982-7063). '파이데이아'(paideia'그리스말로 교육이라는 뜻)는 플라톤이 만든 최초의 학교 이름이다.

팔공산 파계사 초입에 위치한 이 카페는 계명대 교육학과(교육철학) 교수직에서 지난 2월 정년 퇴직한 신득렬(65) 교수의 개인 서재이자 연구실이기도 하다.

'플라톤의 국가론'을 배운 학자답게 카페에는 대구에서는 보기 드물게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저서 읽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신 교수의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은 1991년 문을 연 비영리기관 파이데이아 아카데미를 통해 시작한 이래 벌써 19년째다.

현재 이 카페 회원은 대학생과 일반인 등 70여명에 이른다. 학년별로 구체적인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매주 1시간 30분씩 독서를 하고 또 열띤 토론의 장도 연다.

1층 카페에서는 2면이 통유리로 팔공산에서 아래쪽 조망이 확 뚫리고 계절의 변화를 눈으로 기록할 수 있다. 상업적이기 보다는 북카페를 운영하기 위한 편의시설로 보면 될 정도로 조용하고 편안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5천원짜리 차와 커피를 시켜 놓고 종일 책을 읽어도 무방하다. 보기에도 조용해 연구실 조교라는 느낌이 드는 카페지기 겸 바리스타역의 아주머니가 정겨운 말벗이 돼 주기도 한다.

책꽂이에는 루소와 칸트의 교육에 관하여, 플라톤의 교육과 철학, 한국의 발견, 국역 율곡집, 팡세, 로마제국 쇠망사,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 등 인문사회과학 저서가 빼곡히 꽂혀 있었다.

99㎡(30평) 규모의 홀 두 개 면은 책꽂이와 책으로 장식돼 있고 두 면은 창이 트여 시원함을 안겨준다. 대학도서실 아니면 연구실 같은 분위기다. 13㎡(4평) 가량의 데크도 확보돼 자연의 정취와 풍광을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9개의 테이블이 마련돼 널찍하게 앉아 책을 읽고 또 차를 마실 수 있다.

2층 파이데이아 아카데미 세미나실은 신 교수의 지도 아래 회원들이 독서를 하는 곳이다. 월 3만원의 회비만 내면 누구나 이 북카페의 회원이자 차를 마시는 공간의 넉넉한 주인이자 손님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북카페는 1학년부터 7학년까지 구분, 운용하고 있는데 저학년일수록 오래된 책을 읽고 연구를 한다. 신 교수에 따르면 1학년은 2천500여년 전의 저서를 읽는 등 고서가 중심이고, 고학년일수록 현대의 서적을 읽는다.

그러면 이곳의 커피 맛은 어떨까? 대학 은퇴교수가 운영하는 카페답게 커피도 싸고 맛이 일품이다. 하지만 시중 카페처럼 크림과 우유 등을 얹은 다양한 커피 등 음료는 취급하지 않으므로 참고해야 한다. 커피 생산지 농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착한 커피'로 불리는 동티모르산 커피를 공급받아 쓰고 있으며, 드립커피만 맛볼 수 있는 곳이라면 이해가 쉽다.

이날 바리스타가 내놓은 커피 '슈프리모'는 여느 카페의 맛에 뒤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슈프리모는 알이 굵고 습식 가공한 콜롬비아의 커피 중 최고로 비옥한 지역에서 생산돼 감미로운 아로마향과 독특한 호두향이 풍부한 게 특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프리모'는 마일드 커피의 대명사로 커피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적당하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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