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들여다 보기]여성사극 '자명고' VS '선덕여왕'

'자명고와 선덕여왕의 차이는?'

시청률 30%를 넘나들던 MBC 인기드라마 '내조의 여왕'에 이어 '선덕여왕'이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첫 방송에서 1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호평받고 있다.

여기에 SBS '자명고'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현대극 '내조의 여왕'에 밀려왔지만 여성을 앞세운 사극이란 공통점을 지닌 MBC '선덕여왕'과 겨뤄볼 만하다고 기대했던 '자명고'는 내내 시청률 10%를 넘기지 못하고 9% 수준에 머물러왔다.

하지만 막상 '선덕여왕' 등장 이래 회가 거듭될수록 '자명고'와 '선덕여왕'의 시청률 차이는 벌어지고 있다.

애초 '자명고'와 '선덕여왕'은 지금까지 사극과는 차별성을 보이며 기대감을 불러일으켜왔다. 200억원에 가까운 제작비를 들인 '자명고'는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설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고대사를 새롭게 해석해 주목을 받았다. 정려원 정경호 문성근 이미숙 등 호화캐스팅으로도 눈길을 모았다.

'사극=남자 이야기'라는 선례를 깨고 여자를 전면에 내세웠고 낙랑이라는 공간도 지금까지의 사극과는 다르다.

'자명고'와 '선덕여왕'은 사극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지금까지 사극에서 외면당해왔던 여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역사 속에서 입지전적인 여성들을 재조명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시청자들 또한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먼저 출발한 SBS '자명고'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벌써 20회 이상 방송됐지만 등장인물 간 관계 설정에 지나치게 치중해왔고 정작 드라마 본연의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풀어내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핵심 인물도, 사건도 보이지 않아 지금까지 사극의 필수 요소인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MBC '선덕여왕'은 다르다. 특히 '미실' 역할의 고현정의 연기가 빛난다. 지금까지 사극에서 악녀 역할은 표독한 표정을 지으며 호통 치는 연기가 전부였다. 하지만 고현정은 달랐다. 청초하고 순수한 표정으로 눈 깜짝하지 않고 부하의 머리를 베어버릴 수 있는, 피가 튄 얼굴로 섬뜩하게 웃을 수 있는 연기는 악녀 연기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사실 미실이란 역할은 단순한 역할이 아니다. 진흥왕을 떠나보내고 권력을 탐하는 단면적인 묘사로는 단선적인 캐릭터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는 앞으로 나타나게 될 선덕여왕과 본격적인 대결구도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재미를 반감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고현정의 '미실'은 달랐다. 착한 얼굴과 나직한 목소리로 악행을 저지르는 또 다른 악녀의 캐릭터를 창조해냈기 때문이다. MBC '선덕여왕'은 고현정의 연기 변신 하나만으로도 시청자들을 흡입시키는 능력이 있다.

'자명고'의 주인공 정려원과 '선덕여왕'의 고현정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처음 사극 연기에 도전했다. 그 결과 고현정은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현대극만 해오던 정려원은 '그 전의 캐릭터와 겹쳐 보인다' '현대극 연기 느낌이 너무 강하다' 등의 혹독한 비판을 들어야 했다.

미안하게도, 자명고는 당분간 선덕여왕의 적수가 되기는 힘들 것 같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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