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작, why?]폴 세잔느

*작 가 명 : 폴 세잔느(Paul C.zanne, 1839~1909)

*제 목 : 바구니가 있는 정물(Nature morte au panier)

*연 도 : 1888~90년

*크 기 : 65x81cm

*재 료 : Oil on Canvas

*소 장 처 : 오르세 미술관(Orsay Museum, Paris)

프랑스의 대표적 화가이며 현대 미술의 아버지인 '폴 세잔느'(1839~1909)는 1994년 상징주의자인 베르나르에게 보낸 한 편지에서 그의 미학 선언으로 간주되곤 하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했다.

"나는 자연에서 원통, 구, 원추를 봅니다. 적절히 배치된 사물의 면과 선은 구심점을 향해 움직입니다." 이 말은 그의 회화 세계를 잘 설명해 준다. 세잔느의 후기 작품인 '바구니가 있는 정물'에서도 위에서 말한 원칙들이 구현되고 있다. 세잔느의 정물화 중에서도 복잡한 구성과 형태의 데포르마숑 그리고 시점의 이동이란 점 등으로 보아서 매우 특이한 작품이다.

언뜻 보아 산만하게 흩어져 있는 것 같은 사물이 중앙에 모여 있다. 마치 이제 막 무대에 등장한 인물들처럼 이 사물들은 언제라도 다시 흩어질 것 같은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주전자와 과일 바구니는 각각 다른 높이의 시선에서 그려진 채 한 화면 속에서 우연히 만난 듯하다.

이러한 조형적 노력이 큐비즘의 이론 구성에 크게 이바지한 것으로 되어 있다. 배경의 구성도 매우 복잡하여 왼쪽에 짙은 갈색의 작은 테이블과 의자 등 벽 구석까지 이르고 있다. 뒷벽 부분은 녹색'청색'보라색'갈색 등 짙고 깊은 색들이 엉켜져 있고, 전경의 테이블과 평행하여 전경의 갖가지 빛깔을 흡수하고 있다. 세잔느는 사물의 고유성과 전체의 조화를 동시에 존중하면서 의도적인 것과 자연스러운 것을 하나의 세계로 용해시키려 한다.

세잔느는 후기 인상주의자들 가운데 형태와 구성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을 구축한 화가이다. 즉 인상주의의 회화를 이루고 있는 순간적 인상에 영원성을 지닌 견고함을 첨가시킴으로써 인상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파리에 체류하는 동안 마네'피사로'르누와르'기요맹과 같은 인상주의의 거장들을 만났지만 세잔느는 무엇보다도 먼저 고독한 인간이었다.

비평계를 피하려 하는 그는 역설적으로 엑스 앙 프로방스에 파묻히면서 더욱 유명해진다. 그는 사람들을 당황케 하는 자신의 그림을 더 이상 전시하지 않고, 자신의 의도가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지만 입을 다문다. 에밀 졸라와 같은 극소수의 친구들만이 그의 속사정을 안다고 자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년간의 모색 끝에 세잔느는 개성적인 작품을 제작하게 되며, 그 후 피카소나 브라크, 또는 칸딘스키나 클레의 세대가 이에 영감을 받고 그를 현대미술의 창시자로 인정하게 된다.

김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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