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화랑은 5일부터 11일까지 '이제하 그림전-문인 캐리커처와 소품들' 전시회를 갖는다. 한국에서 가장 재능 있는 예술가로 손꼽히는 이제하(72)는 일찍부터 시, 소설, 그림, 노래, 영화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하고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경남 밀양 출신으로 마산고와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시와 소설로 등단해 1973년 소설집 '초식'(민음사)으로 197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바 있다. 이어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광화사' 등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렸으며,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는 이장호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당시 이제하는 시나라오 집필과 '모란동백' 등의 인기 주제곡을 직접 작곡하기도 했다. 그간 이제하의 그림은 소품 위주인데다 마니아들이 직접 소장해 화랑가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문화예술계에 그의 마니아가 많기로 유명하다.
말을 그리기로 유명한 이제하의 그림은 거칠면서도 관능적이다. 실내에 끌어들인 말의 모습은 함께 등장하는 여인의 모습과 어울려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들판에서 뛰놀아야할 말이 방안의 난로 옆이나 식탁 곁에 있는 모습에서 우수와 슬픔, 묘한 긴장감을 느끼는 동시에 실내에 서 있는 말의 의미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작가는 "달아나면 달아날수록 한편으론 편안한 곳에 갇히고픈 상반된 마음이 깃들어 있는지 모른다"며 "그런 슬픈 혼이 바로 예술의 혼이 아닌가"라고 말한다. 이제하의 화두는 언제나 말, 여자, 바다. 여기에는 심미주의, 자유주의, 초현실주의의 일면을 공유하는 그의 사유와 삶의 기호를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 작품은 이제하가 그린 문인 캐리커처와 드로잉, 도판화 등 20점과 유화 15점 등 35점이다. 작품들은 모두 황학주 시인이 콜렉션한 것으로 아프리카 원주민을 위해 탄자니아에 예술학교를 짓는 친구를 돕기 위해 내놓은 것들.
이제하씨와 황학주씨는 아프리카 여행을 함께 하는 등 교류한 지 20년이 넘는 절친한 문단 선후배 사이. 문인 캐리커처 작품엔 대구의 이성복, 송재학 시인을 비롯, 황학주, 최하림, 김선우 시인과 소설가 김훈, 서정인씨 그리고 이제하 본인의 자화상 등이 포함돼 있다. 유화는 초기작부터 근작까지를 포함하고 있어 이제하 마니아들에겐 뜻 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053)423-1300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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