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저금리…지역 기업들 은행돈 '펑펑'

"경제주체들의 과다차입 등을 적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규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기업들의 빚이 급증하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가 닥친데다 보증 공급 확대조치까지 이뤄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빚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기업들이 필요없는 빚까지 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구의 한 제조업체 A사의 빚은 지난해 말까지 4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이 회사의 빚은 8억원으로 늘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요즘은 금리도 낮고 보증서 발급을 통해 까다롭지 않게 은행돈을 빌릴 수 있어 자금 확보가 쉽다. 당장 필요한 돈은 아니지만 일단 돈을 확보해 놓으면 좋을 것 같아 빚을 늘렸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일부 기업인들은 빚을 낸 뒤 이를 주식에 투자, 몇배의 수익을 올린 경우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대구경북에서는 올 들어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 발급을 통해서만 모두 1조4천200여억원이 풀려나갔다.

4월의 경우, 한 달 동안 4천700여억원, 3월에는 4천870여억원이 나갔다. 지난해 4월 2천900여억원, 같은해 3월 2천100여억원이 신규로 나간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2배 이상 많은 자금이 산업현장으로 공급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2009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는 기업들의 빚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올 3월 말 기준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16.2%로 지난해 말(108.3%)에 비해 순식간에 7.9%p나 올라갔다. 자금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빚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좋은 만큼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기업들이 늘어난 때문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3월 말을 기준으로 했을 때 기업들의 차입금 의존도는 26.3%를 기록, 2004년 2분기(26.4%)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기업들은 빚을 내면서 '운전자금 명목'을 내세우고 있다. 미래의 동력이라 할 수 있는 시설자금 대출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운전자금 대출만 늘어나고 있는 것.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조사를 보면 올 들어 3월까지 대구경북 기업들이 은행에게서 빌린 시설자금은 계속해서 감소세였지만 지난 3월 운전자금 대출이 그 전달에 비해 1천807억원이나 늘어나는 등 운전자금 대출만 증가세다.

한편 올 들어 가계 대출도 큰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가장 높은 금융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 대구은행의 경우, 올 들어 1월을 제외하고는 주택담보대출이 급등세를 나타냈다.

1월 전달에 비해 62억원 줄었던 대구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2월 전달과 비교해 238억원 늘더니 3월엔 336억원, 4월엔 617억원, 지난달엔 632억원이나 증가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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