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국제적인 섬유패션 중심지인 이탈리아 밀라노처럼 만들겠다며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와 대구시가 야심 차게 시작한 '밀라노프로젝트'사업. 국비 5천57억원을 포함해 모두 8천778억원을 투입한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의 섬유 분야 1·2단계 사업 즉 '밀라노프로젝트'가 시행된 지 10년이 됐다.
중국의 급부상과 섬유산업 전반의 경쟁력 악화로 구조조정기에 직면했던 대구의 섬유산업은 당시 밀라노프로젝트가 없었다면 더 급격히 무너져 현재의 위상조차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섬유인이나 관련 전문가들이 많다.
◆투입 예산 분야
밀라노프로젝트 1, 2단계 사업에서 기술 인프라 구축 및 보강(10개사업 3천287억원)이 전체사업비의 37.5%로 가장 많았고 이어 연구개발(9개사업 1천545억원), 인력양성(2개사업 423억원), 기업지원서비스(7개사업 329억원), 정보화(2개사업 200억원) 등이다.
◆기술 인프라 구축, 기업들의 인식이 바뀌었다=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한국염색기술연구소, 한국패션센터, 한국봉제기술연구소, 한국섬유기계연구소 등 5개 연구기관 설립과 전시컨벤션센터(EXCO)가 건립됐다.
일각에서는 너무 많은 사업비가 인프라 구축에 투입됐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 같은 작업들이 있었기에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연계 또는 독자적으로 연구개발(R&D)을 통해 신제품 개발과 각종 신뢰성 실험 등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춘식 한국섬유개발연구원장은 "밀라노프로젝트를 통해 기업들이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기관을 활용했고, 덩달아 기업 자체적으로 R&D에 대한 투자 및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확대 등 기업의 인식이 많이 변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밀라노프로젝트 추진 이전인 1998년과 2단계 사업후(2007년 기준)를 비교해 보면 큰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지역 기업들의 R&D 참여율이 1.8%(1998년)→9.8%(2007년)로 증가했고, 기업부설연구소도 3개업체→38개업체로 늘어났다.
함정웅 한국염색기술연구소 이사장은 "밀라노프로젝트는 기업들이 R&D를 위한 연구소나 연구팀을 만들고 필요로 하는 인프라와 인력에 직접 투자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면서 "이는 신제품 개발과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 이어져 내수 및 수출단가 상승으로 부가가치를 높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태원 영남대 교수는 "아직도 기업들의 연구개발능력은 저조한 실정이다. 기업들이 연구개발의 주체가 되고 연구기관들은 도와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들=밀라노프로젝트로 지역 섬유업계의 생산 방식이 변화됐고, 생산품의 다양화와 고급화 비중이 증가했다.
박호생 (주)성안 부사장은 "대부분의 섬유업체들이 밀라노프로젝트 사업 이전에는 임·제직의 단순 하청생산에 머물렀으나 이 사업을 통해 생산구조의 변화를 가져와 반제품 로컬(Local)판매와 직수출도 늘었다"고 평가했다.
대구시의 자료에 따르면 직수출업체 수가 밀라노프로젝트 시작 전인 1998년 51개업체에서 2007년 83개업체로 늘었다. 이 같은 직수출업체의 증가는 수출단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출단가의 경우 1998년 2달러 이하의 비중이 50.9%에서 2007년 36.5%로 줄어든 반면 3∼4달러는 같은 기간 1.6%에서 14.7%로 크게 높아졌다.
이는 상품기획과 마케팅에 대한 투자로 확대됐다. 차별화 제품을 위한 신규설비를 들여놓자 기획제품의 주문 수주가 확대됐다.
◆경제적 성과도 늘어
수입대체와 고용창출효과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과제를 통해 개발된 기술이 일부라도 활용된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2005년 과제당 평균 13.5%, 2006년 18.3%, 2007년 20.7%로 계속 증가했다.
이의열 대구경북섬유직물조합 이사장은 "밀라노프로젝트 1, 2단계 사업 10년 동안 기업들도 R&D에 대한 투자 확대와 자체 구조조정 등을 거치면서 고기능성 고품질의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했고, 기술 축적을 통해 현재는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고부가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밀라노프로젝트에 대한 섣부른 결론보다는 섬유산업을 키우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정말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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