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파산보호 신청과 쌍용차 문제 등으로 자동차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구경북지역의 자동차 부품업계들도 생존을 위한 자구노력과 함께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다
현대·기아차 협력업체들은 GM과 쌍용차 문제로 자동차 부품업계에 불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에스엘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 변화로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소싱이 중국 인도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국내 있는 4개법인의 생산량 확대와 함께 추가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김희진 상무는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완성차 판도가 대형차에서 소형차 위주로 바뀌고,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소싱에서 중국과 인도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이들 국가에서의 생산 비중이 더욱 늘어나 것으로 예상된다"며 "SL도 현재 중국내 4개 법인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확대됐고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해 추가 법인 설립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원그룹은 지난해 말에 이어 조만간 인력을 충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국에서의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늘어남에 따라 조지아주에 있는 현지 공장의 생산물량이 늘어나고 있어 국내에서 인력을 더 파견하기 위해 채용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진산업은 자회사인 우신산업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기자동차 시장 진출과 자동차 부품중 전자분야 강화를 위해 전북 정읍에 있는 대우전자부품을 인수·합병(M&A)하기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회사 민병조 전무는 "차세대 자동차로 주목받고 있는 전기자동차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현대기아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현지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차체의 판매가 신장될 것으로 보여 투자 확대 등을 고려중"이라고 전했다.
영진의 서승구 대표는 "GM과 쌍용차 사태의 반사 이익과 노후차 교체에 대한 세제 혜택 이후 현대기아차 내수 판매가 늘면서 가동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90% 수준으로 회복됐다"면서 "미국의 한 회사와 글로벌 소싱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성서공단의 한 부품업체 CEO는 "이번 기회에 대구시나 경북도에서 지역의 경쟁력 있는 부품업체들과 함께 미국 자동차 회사를 방문해 협상을 하는 등 보다 공격적인 시장 개척 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천시는 인천지역 자동차 부품업체 9개사와 함께 최근 수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대형 시장인 미국(디트로이트)과 캐나다(토론토)에 무역사절단을 파견해 북미시장 진출 교두보 확보와 북미지역 수출시장 확대에 기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진용환 대구시 자동차기계과장은 "현재 자동차 부품업계가 완성차와 수직계열화 되어 있어 완성차가 어려움에 처할 경우 동반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기술경쟁력을 갖춘 부품업체들은 거래선 다각화 등의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또다른 기회"라고 했다.
◆생존이 중요하다
미국 GM사가 파산신청을 했지만 GM대우는 뉴GM(우량기업)에 포함돼 생존하게 됨에 따라 GM과 GM대우에 부품을 납품하는 한국델파이와 지역의 150여개의 협력업체들은 저마다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문제는 GM의 파산절차가 진행되는 향후 3개월 정도다. 당장 이번 달은 정상가동된다 해도, 이후로는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인해 완성차 판매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구시도 협력업체에 대한 상생협력 보증펀드 조성 등을 통한 유동성 위기 대책을 마련 중이다.
업체들도 생존이 중요하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한국델파이 한 간부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그동안 지난해 생산물량 대비 40% 정도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원가절감과 금융권 자금 확보 노력을 해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로서는 유동성 위기에 대해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지난 4월협력업체 지원을 위한 100억원의 상생협력펀드 조성도 돼 있어 위기를 넘기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한국델파이의 2·3차 협력업체들은 이미 수개월전부터 생산량 감소에 따른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GM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당분간 차량 판매가 줄어들 경우 자금난과 물량 감소 등으로 더욱 더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GM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당분간 완성차 판매가 줄어들면 자연히 납품 물량이 줄어들고 파산선고가 되면 그 이후 당분간 납품대금이 제 때 결제가 안돼 영세업체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겠지만 뽀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지역의 쌍용차 협력업체에서는 쌍용차의 구조조정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용현 대구경북연구원 동향분석연구팀장은 "이번 기회에 지역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글로벌 소싱 강화와 적극적인 마케팅, 단순 차체 부품생산이 아닌 국내외 자동차산업 정책과 기술 및 연료전지·전장부품 기술 트렌드에 부합하는 부품생산 체제로의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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