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떠난 민심을 어떻게 돌릴 건가

한나라당이 민주당보다 인기가 없다고 한다. 최근 당 쇄신위 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23%인데 한나라당은 21%라는 것이다. 야당 시절인 4년 전부터 줄곧 민주당을 눌러온 한나라당이 여당 옷으로 갈아입은 지 불과 1년여 만에 쪽박을 찬 꼴이다. 아무리 돌출적인 조문정국 탓이라지만 이렇게까지 여당에 대한 민심이 고약한지 몰랐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틀 전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47명이 무더기로 발언에 나섰다. 한나라당 스스로 감지하는 위기의식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 수 있는 장면이다. 발언자들은 지도부 사퇴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놓고 계파에 따라 딴소리를 했지만 하나같이 공멸에 대한 불안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대로는 다 죽는 만큼 결국 청와대가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들이 다수였다. 주류 비주류 너나없이 대통령의 변화, 청와대의 쇄신을 요구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쇄신 얘기가 많은데 국면 전환용 인사는 3김 시대의 유산"이라고 했다. 당 쇄신위와 친이 직계들까지 요구한 당'정'청 전면 쇄신론을 일축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일해야 한다"고 했다. 누가 뭐라 하든 지금 방식대로 계속 나가겠다는 얘기다. 여론에 휘둘리는 잦은 인사는 국정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원론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대로 지나간다 해서 떠난 민심이 다시 돌아오고 정국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 어찌 장담하겠는가.

엊그제 종교계 원로들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경제와 외교는 A학점을 받을지 모르지만 정치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소통을 위해 노력하시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비롯해 다양한 외교활동을 통해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OECD가 29개 회원국 중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가장 빠른 것으로 평가하는 것도 치적이라면 치적일 것이다. 그렇지만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어지면 이러한 실적들도 결국은 탄력을 잃고 국정 운영 전반이 장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집권 2년 차 자신감이 일방적 국정 운영으로 비치는 이유를 짚어봐야 한다. 야당 레퍼토리인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 비판이 왜 친이 직계 의원들 입에서 나오는지 성찰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 1년 3개월에 대한 復碁(복기)가 새로운 자세 변화로 이어질 때 국민이 반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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