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치매와 얄타회담

치매는 뇌의 조직이 파괴돼 기억력과 지능이 떨어지는 병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 30만명이 넘는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세계적으로는 최소한 1천200만명 이상이 고통받고 있다는데 세계보건기구(WHO)는 2050년경이면 환자가 지금보다는 3배에 이르는 3천600만명 정도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10년 전에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한다며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금세기, 즉 새로운 100년을 예측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의료분야에서는 금세기에 해결이 어려운 병으로 암이 아닌 치매를 들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사실 치매를 가져오는 질환 중에 가장 많은 알츠하이머병은 지금도 정확한 원인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 다음으로 흔한 것이 혈관성 치매인데 뇌의 작은 혈관들이 여러 군데 막혀 생기는 다발성 경색 치매가 대표적이다. 증상이 심한 경우는 잘 알다시피 철부지 애들보다 지능이 떨어지지만 초기에는 쉽게 구별하기가 힘들다. 우리도 건망증이 있거나 말이 헛나올 때 흔히 "내가 치매인가?"라고 농담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가장 진단에 도움이 되는 것은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증상이라고 한다. 여행을 떠나면서 여권이나 지갑은 두고 누가 봐도 쓸모없는 것들만 잔뜩 챙기는 행동을 생각하면 된다.

최근에 북한은 핵실험과 더불어 수차례의 미사일 발사로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거기에다 지금은 대륙간탄도탄까지 준비하고 있어 주변 나라들을 불안하게 하는 동시에, 우리가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분단국가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분단의 원인을 제공한 '얄타'라는 지명을 떠올리게 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던 1945년 2월, 현재 우크라이나의 소도시 얄타에 세 사람의 노인이 모였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과 영국의 처칠 총리, 그리고 소련의 스탈린 원수가 그 세 사람이었다. 우리나라는 이 얄타회담의 영향으로 많은 정치적 갈등을 겪게 되었고, 결국은 분단으로 이어져 우리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지명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당시 정상회담을 벌였던 세 노인 모두가 앞서 언급한,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다발성 경색 치매'를 심하게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2004년 영국의 BBC방송은 영국 왕립정신과학회 연례총회에서 일부 정신과 연구진이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지도자들이 좀 더 일찍 치매 판정을 받고 정신과 진단을 받았더라면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물론이거니와 우리와 서방의 지도자들이 모두 '더 중요한 것'을 확실히 아는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올바른 판단을 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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