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험사기 年 2천억대 적발" 이병우 금감원 보험조사실 부국장

2008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적발된 보험 사기 규모는 2천549억원. 보험 사기로 적발된 사람만 4만1천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이병우(52) 금융감독원 보험조사실 부국장의 손에 의해 처리됐다. 이 부국장은 이들 보험 사기범들에게는 '저승사자'와도 같은 존재다.

그의 주요 업무는 자동차와 생명·손해보험 등의 보험 사기를 찾아내는 일이다. 노하우가 필요한 데다 검찰·경찰의 협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보험 사기 수법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공모자를 모집하는 전문적인 보험 사기 조직이 적발되는가 하면 방화나 살인 등 강력 범죄가 수반되기도 한다. 의사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공모하는 일도 빈번하다. 현지 조사가 어려운 해외에서 고의로 신체를 손상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대형화, 조직화, 흉포화, 지능화, 국제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가 공들인 '보험 사기인지 시스템'을 통해 보험 사기 여부를 가려내고 있다. 이 시스템은 금감원의 슈퍼컴퓨터와 같은 역할을 맡는다. 시스템에는 지난 10년 간의 보험 계약·사고·지급 정보 등의 모든 자료가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있다. 사고가 보고되면 고의 여부가 수치상으로 나타난다. 점수가 50점이 넘으면 조사를 시작한다. 2004년부터 2년간 보험 사기 사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62점 이상이면 형사재판에 회부된 점을 감안해 준거로 삼았다.

이 부국장은 해마다 2천억원대의 보험 사기 사건을 적발, 결과적으로 보험사와 소비자들에게 이득을 주고 있다. 그러나 국내 보험 사기 적발률은 실제의 13.9%에 불과하다. 갈 길이 멀다. 보험 선진국인 프랑스와 캐나다, 영국의 적발률이 4~6%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 부국장은 고향인 의성에서 살고 있는 동생에겐 둘 도 없이 너그러운 형이다. 그는 농삿일을 하다가 장애를 입은 동생이 살고 있는 '믿음의 집'(의성읍)을 자주 찾아 나선다. 동생을 생각하다가 복지회관을 찾아다니면서 소외받는 이웃들을 돕는 버릇도 생겨났다.

그는 "건빵 한번 배불리 먹어보는 게 소원이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미안하다고 할만큼 잘 살고 있습니다. 이젠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지요"라고 말했다. 대구상고, 대구대를 졸업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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