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년 닭 전문가…오정길 한국양계농협 조합장

"닭이 어떻게 우는지 아세요? 똑같은 것처럼 들려도 알 낳았을 때, 놀랐을 때, 배고플 때 소리가 모두 다릅니다."

오정길(60) 한국양계농협 조합장은 뜬금없이 닭 울음소리부터 이야기를 꺼냈다. 30년을 닭과 함께 해온 전문가다웠다. "닭을 사랑하다 보면 대화도 됩니다. 눈빛만 봐도 닭들이 무얼 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죠."

2006년 8월, 임기 4년의 조합장에 취임한 그는 1980년 영천 금호읍에서 양계업을 시작했다. 군 제대 이후 닭고기와 계란을 군납하는 사업을 벌이다 아예 양계장을 차렸던 것. "어릴 때 살던 대구 산격동 집 마당에 닭을 100마리 정도 키웠는데 그게 인연인가 봅니다. 한창 경제가 성장할 때여서 앞으로 육류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생각도 했고요."

그는 지금도 영천 대창면에서 닭 7만마리를 키운다.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주말에는 꼭 농장을 찾는다. 농장에 부인 서영희(57)씨와 직원들이 있고, 완전 자동화된 원격제어장치로 서울 사무실에서도 계사 관리가 가능하지만 닭들을 며칠 안 보면 많이 섭섭하단다.

"지난해 봄 조류 인플루엔자 파동 때는 걱정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잤습니다. 조합장으로서 전국 방방곡곡을 강행군해가며 돌다 보니 코피를 쏟는 일도 많았죠. 다행히 지금은 상황이 나아져 조금 여유를 찾게 됐습니다."

조합장에 취임한 이후 성과도 적지않다. 취임 당시 5천억원 수준이던 여수신액이 8천700억원으로 늘었고 닭고기·계란 판매 등 경제사업액도 450억원에서 800억원으로 증가했다. 2003년 취약한 재무구조 때문에 지정됐던 농협중앙회 관리조합에서도 올 1월 벗어났고 내년에는 사업액 1조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03년 전국 권역별 양계조합이 통합돼 출범한 양계농협에는 3천마리 이상을 키우는 양계전업농 1천3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경기도 가평에서 군 생활을 한 것을 제외하면 서울과 연고는 전혀 없었습니다. 낯선 곳이기는 하지만 일에 매달려있다 보니 타향살이의 설움은 미처 생각하지도 못하고 지냅니다." 대구에서 초·중·고와 경동정보대학을 나온 그는 퇴근 후 집 근처 양재천을 따라 뛰는 게 객지에서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라고 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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