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 죽는 소나무가 엄청 늘고 있다. 벌겋게 변한 소나무 숲은 이제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당국은 피해 면적을 대구 1.5㏊, 경북 150여㏊ 정도라고 하지만, 대충 눈대중으로도 그보다 훨씬 더 심해 보인다. 게다가 경북 경우 피해가 석 달 만에 20배 넘게 증가하는 등 확산 속도도 너무 빠르다. 앞날이 더 걱정일 수밖에 없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지방정부들이 아직 원인을 모르는 점이다. 기후변화로 겨울 날씨가 따뜻해진 것과 최근 가뭄이 원인일 가능성만 추정할 뿐이다. 그에 따라 대구시청은 소나무 간격을 넓혀 생존 환경을 개선해 주는 대책을 내놓는 데 그치고 있다.
이건 假說(가설)만 설정할 뿐 검증 노력은 하지 않고 실효성 보장 안 된 대책을 거론하는 거나 다름없다. 대구 앞산 임휴사 계곡 등에서 소나무가 말라 죽기 시작한 것은 벌써 몇 년 전으로 이번 가뭄보다 훨씬 앞선다. 비슷한 일을 겪는 경남'부산에서 가뭄이 아니라 '솔껍질깍지벌레'라는 특정 병해충을 원인으로 지목해 대대적 방제작업을 벌이는 것도 대조적이다.
물론 대구'경북 피해가 같은 해충 때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상황으로 미뤄 1988년 부산서 처음 발생한 뒤 2001년 경북까지 확산했던 재선충병의 재판을 연상하게 한다. 소나무 고사 면적 또한 경남은 벌써 1만8천㏊를 넘었고, 부산이 1천400㏊, 울산이 500㏊에 이른다고 한다.
고사 현상이 아직은 남부지방에 치중돼 있어 중앙정부가 덜 예민한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느슨하게 대처하다간 일본처럼 소나무가 절멸 단계에 들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지방정부 능력이 부족하다면 산림청이 책임지고 나서서 문제를 푸는 게 맞다. 완전한 원인 조사부터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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