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부모님께 존댓말을 쓰는 아이를 꽤나 볼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면, 부모님께 존댓말을 쓰는 친구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간혹 그런 아이를 볼 때면 '그 아이의 부모님은 어떤 분이실까' 궁금해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필자의 부모님 세대들은 당신들의 부모님들보다 좀 더 자식들과 격이 없이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셨던 것 같다. 자식들이 당신들이 자라온 것과는 달리 부모님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도록 말이다. 누군가에게 존댓말을 쓴다고 친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들 대부분이 누군가와 친하다고 생각하면 말이 짧아지고 존대를 하면 어렵게 느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다.
어느날 아이가 필자에게 '어머니' 하며 부르면서 존댓말을 쓰는 것이다. 그때, 사실 아이가 기특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아이가 어색하고 멀게만 느껴졌었다. 아이도 존댓말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말수도 줄어드는 것 같았다. 그때까지 필자는 아이에게 존댓말을 강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해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왜 엄마, 아빠한테 갑자기 존댓말을 하냐고 물어 보니 태권도 사범님께서 앞으로는 부모님께 꼭 존댓말을 쓰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아이의 태권도 도장에서는 평소에 아이들의 인성교육이나 예절교육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필자와 남편은 아이가 존댓말을 쓰는 것이 싫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말을 할 때마다 머뭇거리고 어딘가 모르게 달라 보이는 아이의 모습이 싫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지금부터 존댓말 쓰지 않아도 돼, 천천히 중학교 형이 되면 엄마한테 그렇게 해 줘." 했다. 그렇게 우리의 서먹서먹한 며칠이 지나갔다. 그 후로도 아이는 계속해서 부모님께 존댓말을 쓰라는 사범님의 말씀과 억지로 안 써도 된다는 부모님 말에서 방황을 했다. 사범님께 부모님께 존댓말을 쓴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부모님이 괜찮다고 하니 어렵게 존댓말을 쓰고 싶지 않은 듯했다. 한마디로 아이에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꽤 곤란한 상황이었다.
태권도에서 아이들에게 부모님을 공경하도록 가르치는 건 좋은 일이긴 하지만 가정에서도 부모가 강요하지 않는 일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필자는 못내 불만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사범님께 고마운 마음이 든다. 아이는 몇 주 전부터 존댓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쓴다.
처음에는 아이의 '어머니' 소리에 할머니가 된 느낌이 들어 싫었는데 지금은 듣기에 나쁘지 않다. 아이가 '어머니' 하고 부를 때마다 '네' 라고 대답한다. 아이가 존댓말을 쓰니 필자도 아이를 더욱 더 존중해 주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아이에게 화도 덜 내게 되고 서로에게 좋은 일인 듯하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부모님께 존댓말을 쓰도록 해봄은 어떨까.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는 속담처럼 필자를 비롯해 많은 자식들이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서도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하니 말이다.
천연정(동변초교 2년 정민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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