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업이란 일을 나누어 하는 것이다. 따라서 분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각 생산 공정들의 분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양파 껍질을 까는 행동과 까놓은 양파를 써는 일은 분리할 수 있는 작업이므로 분업을 할 수 있지만, 양파 껍질을 까는 일은 더 이상 분리할 수가 없기 때문에 분업이 불가능하다.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일,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그 밖에 대부분의 서비스들은 분업에 적합지 않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협업은 얼핏 보기는 분업과 비슷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분업은 각각의 작업자가 서로 다른 일을 하는데 비해, 협업은 여러 사람이 하나의 생산 공정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차이가 있다. 두 사람이 무거운 짐을 맞들고 운반하는 것은 협업의 예가 된다. 합창이나 오케스트라 연주도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른 도구(목소리나 악기)를 사용하여 연주라는 생산공정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점에서 역시 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분업이나 협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산의 효율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협업을 하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도 할 수 있으며 각자가 일을 할 때보다 같은 생산요소로 더 많은 산출물을 얻을 수 있다. 협업이 없었으면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중국의 만리장성도, 우리나라의 석굴암도 없었을 것이다.
분업이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은 한 분야의 달인(達人)들을 보면 알 수가 있다. 한 가지 일을 계속 되풀이하다 보면, 자신만의 특별한 요령이나 노하우(know-how)가 생겨 남보다 월등한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일을 해나가면서 터득하게 되는 기술획득 과정을 '실행을 통한 학습'(learning by doing)이라고 하는데, 이는 기술진보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
분업이 생산의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비용절감에 있다. 어떤 활동이든 작업 단위를 잘게 나눌수록 개별 작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일이 된다. 따라서 고용주는 전 과정을 담당할 숙련공 대신 단순 작업에 필요한 비숙련공을 고용함으로써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1908년 당시 미국의 포드사는 분업을 통해 2천달러에 이르던 자동차 가격을 800달러 선으로 낮출 수 있었다. 포드사의 분업은, 작업물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정해진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에게로 흘러가면, 노동자는 자신이 맡은 한가지 일만을 계속 되풀이하는 기계식 분업생산방식으로 소수의 장인들이 자동차를 제조하던 당시로는 획기적인 생산방식의 전환이었다.
하지만 분업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작업자가 한가지 일만을 기계처럼 되풀이하다 보면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상실하게 되는 노동의 소외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인간성까지 황폐화시킨다. 20세기를 대표하던 포드식의 기계적 분업도 비인간적인 작업환경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과 공장 자동화, 그리고 수요의 다양화에 따른 다품종 소량생산의 추세에 따라 오늘날은 분업과 협업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노동이 생산을 주도하는 생산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오영수(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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