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본질에 벗어난 사교육 대책

사교육 수요는 왜 생길까? 학교 교육이 부실해 학생, 학부모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지 못해서일까? 사교육 수요 유발은 공교육 불만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교육전문가들은 사교육 수요는 부모가 경쟁사회에서 자녀를 남보다 한 발 앞서 가도록 만들기 위한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성적 위주 입시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공교육 부실 여부와 상관없이 사교육시장은 확대된다. 실제로 정부가 실시한 2007, 2008년 두 차례 사교육비 조사에서 국민은 '학벌사회와 대학서열체계'가 사교육비 지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대답했다. 결국 사교육 문제는 우리 사회가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현실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도 교육정책 담당자들은 사교육 문제를 공교육과 관계 짓기를 좋아한다. 설사 MB정권의 교육정책 담당자들의 주장처럼 평준화로 인한 학력의 하향평준화, 교사의 열의 부족, 비효율적인 학교운영 등 공교육 문제점을 인정하더라고 이를 사교육 시장을 확대재생산하는 주범으로 지목하는 것은 다소 억지스럽다.

교육과학기술부가 3일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입시 규제, 교과교실제, 영어회화 전문강사 배치, 방과후학교 강화, 연간 수업시수 20% 범위 내 교과목 증감 편성에 대한 학교 자율권 확대 등이 그 내용이다. 교과부는 '사교육 주범인 특목고 입시와 학원시장을 직접 겨냥하면서 공교육을 강화하는 특단의 대책'이란 의미를 덧붙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교육전문가들은 과거 대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A장학관은 "교과부가 방과후학교 강화 등 학교교육을 내실화하면 사교육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학벌과 경쟁중심의 사회에서 사교육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방과후학교 등 공교육 강화가 자칫 과거 획일적인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을 부활시키는 것은 물론 오히려 이런 현상이 사교육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학부모 반응은 무덤덤하다. 특단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학부모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한파를 맞아야 할 사교육시장은 요동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증권가에선 일부 정책은 새로운 입시시장을 제공하는 호재로 분석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정책과 수요자의 욕구가 충분한 상황에서 몇 가지 정책으로 전반적인 사교육비 절감을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역대 정권들이 민심을 얻기 위해 내놓은 교육정책들이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상의 본질을 꿰뚫지 못한 정책은 '양치기 소년'의 우화처럼 국민에게 외면을 받게 된다.

이런 점에서 진보신당이 3일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 10대 방안'에 눈길이 간다. ▷대학의 계층 및 지역 배려 전형 ▷특목고 입시전형과 동일계열 진학 등의 평가 및 재지정 ▷뒤처진 학교에 대한 추가 재정지원을 통한 학교 간 균형발전 ▷대학균형 발전 지원 및 대학 특성화 ▷학력'학벌차별금지법 제정 등이다.

김교영 사회1부 차장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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