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 영리보험의 덫-예정사업비

연금보험에 들까? 종신보험에 들까? 이 고민에 앞서 가입자는 '보험료에 더해 내야 할 예정사업비'가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보험사를 대신하여 보험 상품을 소개하는 모집인에게 '노후 생활 대비용'으로 적당한 상품을 소개해 달라고 하면 '연금보험'을 권하고, 가입자가 사망한 이후 '유족의 생활 대비용'으로 소개해 달라고 하면 '종신보험'을 권한다. 그런데 '연금'을 권할 때는 보험료를 내다가 나중에 종신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종신'을 권할 때는 보험료를 내다가 나중에 연금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도 한다. 중간에 다른 보험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중간 해약'을 하여 다른 보험으로 갈아타라는 것인데 '연금 전환', 또는 '종신전환'이라고 말을 바꾼다.

필자는 연금보험이나 종신보험이나 '상품 이름'만 살짝 바꾼 것으로 어차피 하나의 보험인데 두 종류의 보험인 것처럼 위장하는 것은 더 많은 보험 계약을 체결하여 보험사 주주의 이익을 더 남기기 위한 보험사의 '상술'로 본다. 심지어는 기존에 연금보험 가입자에게는 연금을 해약하고 종신으로 갈아타라고 하고, 종신보험 가입자에게는 연금으로 갈아타기를 권유하는 등 '기존 보험 가입자'를 '신규 계약 체결용'으로 이용하며 보험소비자의 손실을 초래시키는 사례가 빈번하다.

연금보험과 종신보험의 공통점은 사망 전에 받을 보험금은 '해약환급금'이며, 보험 계약 만기가 없는 종신보험이다. 다른 점은 '사망보험금'과 '예정사업비'의 크기에 있다.

보험사에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를 '영업보험료'라고 한다. '영업보험료'는 '순 보험료'와 '예정사업비'로 구성되어 있다. '순 보험료'는 다시 '해당 월의 위험보험료와 순 위험(저축)보험료'로 구성되어 있다. '사망보험금'에 해당되는 '위험보험료'의 크기에 따라 사망보험금의 크기도 달라지는 것으로 '연금보험'을 가입했기에 사망보험금이 낮고, 종신보험을 가입했기에 사망보험금이 높은 것이 아니다.

달마다 가입자가 내는 영업보험료에서 해당 월의 위험보험료와 예정사업비를 공제하고 나머지 '순 위험(저축)보험료'에 이자를 더해 적립하는 보험금이 '책임준비금'이다. '책임준비금'은 연금 개시 이후의 '연금'이거나 사망 이전에 보험 계약을 해약할 경우 '해약환급금'의 기준 금액이 된다. '순 위험(저축)보험료의 크기'가 같으면 '책임준비금'은 같다.

40세 남자를 예로 하여 한 보험사의 연금보험과 종신보험에 대한 보험료를 살펴보자. 연금은 연금 개시 70세 전에 가입자가 사망하면 500만원의 사망보험금과 사망시점 책임준비금을 지급하는 조건이며, 종신은 사망 시 1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사망 시 50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에 대한 '해당 월의 위험보험료'는 650원 정도 한다. 1억원이면 1만3천원 정도 되는 셈이다. 영업보험료 기준 연금은 0.3%, 종신은 6.4%이다. 연금이나 종신이나 '해당 월의 위험보험료'가 같으면 사망보험금도 같다.

연금보험에 대한 예정사업비는 14.4%이고, 종신보험은 29.2%이다. 연금보험은 '위험보험료+예정사업비+순 위험(저축)보험료=0.3%+14.4%+85.3%'로 구성되어 있고, 종신보험은 '6.4%+29.2%+64.4%'로 구성되어 있다. 이름만 슬쩍 바꿨을 뿐인데 보험사 주주의 이익을 더해 줄 목적으로 보험가입자에게 내도록 한 '예정사업비'는 연금보다 종신보험에서 2배 정도 더 많다. 대다수 가입자들은 예정사업비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보험사가 보험사의 '기밀 사항'으로 보험가입자에게는 알려줄 의무가 없다며 예정사업비의 실체를 숨기려 하기 때문이다.

'순 보험료'는 보험가입자에게 되돌아오는 보험료이다. 그러나 '예정사업비'는 보험사 주주와 모집인 등 보험업계 종사자에게 돌아가는 보험료이다. '예정사업비의 크기'에 따라서 보험가입자에게 되돌아올 보험료에 차이가 있는데도 이를 보험가입자에게 알리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 예정사업비의 크기에 대해서 당연히 가입자에게 알려 그 상품을 선택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김미숙(보험소비자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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