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디' 내려다 '보기'…골프회원권 피해사례 속출

일부 골프장에서 빚어지는 '회원권 분쟁'의 원인은 회원권 분양 때의 달콤한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고가로 회원권을 판매한 뒤 개장 뒤에는 그린피가 면제되거나 대폭 할인되는 회원 대신 정상 요금을 받는 일반 회원 위주로 골프장을 운영하거나 환불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

한 골프 회원권 거래소 관계자는 "회원제 골프장의 '회원 특전'에 관한 시비는 고질적인 문제지만 최근 수억원이 넘는 고가 회원권이 등장하면서 소송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골프장은 회원이 실제 주인이지만 한국은 외국에 비해 회원들의 권익이 느슨하게 규정돼 있어 골프장 측이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불매운동 나선 회원들

청도 그레이스 CC 회원들은 지난달부터 회원권 불매 운동에 나섰다.

지난 3월 경영주가 바뀐 뒤 골프장 측이 각종 부대시설과 경기 운영 방식을 골프장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도록 변경한 탓이다.

회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10여 가지가 넘는다.

주말 선호도가 높은 시간대에 비회원 단체팀을 받아 회원들의 부킹 권리가 침해받고 있으며 일 내장객을 늘리기 위해 티업 시간(경기 운영 간격)도 줄여 정상적인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 또 기존 티 박스 선택권을 없애 골프장이 지정한 티박스에서만 경기를 하도록 했다. 관리비 절감을 위해 목욕탕 내 사우나실과 샤워용품을 없애는 등 경영주가 바뀐 뒤 골프장이 퍼블릭보다 못한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원들의 불만이 가장 높은 부분은 골프장 측이 대화를 거부한다는 점.

회원들은 "수십 차례 대화를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아 내용증명까지 보냈지만 책임자가 전화조차 제대로 받지 않고 있다. 골프장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는 회원들은 부킹 정지나 출입금지 조치까지 당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그레이스 CC측은 "회원들마다 요구하는 사항들이 달라 대표를 구성해 대화를 하자고 제의를 한 상태이다. 부킹 정지는 일부 회원들이 과격한 행동을 했기 때문에 부득이 취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분쟁은 고스란히 회원들의 피해로 돌아오고 있다.

2억원을 주고 회원권을 구매했지만 타 골프장에 비해 '회원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회원권 실제 가치가 5천만원 이상 떨어졌다.

이에 앞서 문제가 된 서라벌 CC와 헤븐랜드 CC는 아예 계약서에 명시된 사항조차 골프장 측이 이행하지 않아 민사 소송까지 당한 뒤 입회비를 환불하기도 했다.

신규 골프장은 계속 늘고 있어 '골프 회원권' 분쟁은 향후에도 계속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골퍼들은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이용객이나 골프장은 늘고 있지만 운영 방식은 후진적인 면이 많다. 특히 경영난에 쫓기는 골프장에서 회원 권익 침해 사례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골프장 회원권 권리는

골프장 회원들의 권익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19조(회원의 보호)에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회원으로 가입한 이후 회원 권익에 관한 약정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입회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으며 골프장은 지체 없이 반환토록 돼 있다. 또 회원 권익에 관한 사항은 운영위원회와 미리 협의하도록 돼 있다.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 모집 전 시도에 회원 특전에 관한 사항을 신고토록 돼 있다.

적어도 법률상에는 회원 권리가 보장되고 있는 셈.

하지만 그레이스 CC의 경우 운영위원회가 없다. 회원들은 "수차례 운영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지만 골프장 측이 의도적으로 묵살하고 있다"며 "골프장 운영에 문제가 발생한 뒤 살펴본 약관이나 계약서도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돼 있어 골프장이 악용할 여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실제 그레이스 CC 회원 약관에 나와있는 회원의 권리는 '골프장 및 부대시설을 일반 비회원보다 유리한 조건과 대우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정도다.

고가 회원권이 문제가 되는 것은 환불이나 판매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2억~3억원대의 고가 회원권을 파는 대다수 골프장이 약정기간 후 환불과 거래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지켜지는 경우는 잘 없다.

골프회원권 거래소 관계자들은 "약정 기간이 지난 뒤 경영난을 이유로 환불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회원권 가격이 최초 분양 때보다 떨어지면 명의 개설을 해주지 않는 방법으로 회원권 거래를 막는 골프장도 있다. 회원권을 살 때는 골프장의 자금사정이나 약관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계약서 약관이 일방적이라면 문제의 소지가 있으며 당초 광고와 달리 골프장이 운영된다면 공정거래 위반 사항이 될 수도 있다. 수도권에서는 골프장 측의 부당 운영과 관련, 시정 조치를 한 사례가 있지만 대구경북에서는 아직 접수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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